전세가 상승률 0.47%, 경기 전체 압도
매물 실종·반전세 확산 ‘풍선효과’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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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동구 등 동남권 전세 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오르자, 전세 수요가 인접한 경기 하남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하남 감일·미사·위례 등 전셋값도 ‘준강남’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1주 차 경기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0.09%였지만 하남은 0.47%로 경기 전체를 압도했다. 서울도 전주 대비 0.15% 상승했는데 송파(0.34%), 강동(0.28%), 서초(0.23%) 등 동남권이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때문에 서울 동남권에서 전셋값이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하남으로 수요가 몰리고 가격 압력이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남은 감일·위례·미사 등 대부분의 신도시가 송파·강동 생활권과 맞닿아 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아 “주소만 경기도”라고 표현된다. 최근에는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면 하루도 안 돼 계약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전언이다.
특히 하남시 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던 하남 감일지구에서 전세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감일동 ‘감일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84㎡(전용면적)는 지난달 22일 6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고, 인근 ‘e편한세상 감일’ 84㎡는 이달 7일 7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힐스테이트포웰시티’ 73㎡ 역시 지난달 25일 7억원에 전세 최고액을 기록했다.
감일지구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감일지구는 남쪽의 위례신도시 북쪽의 미사강변도시보다 규모도 작고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아 약간의 시세 차이가 있다”며 “감일지구가 오른다는 뜻은 하남 전체가 오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감일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10월에는 단지마다 전세 매물이 없어서 난리였다”며 “전셋값이 오르다 보니 반전세로 바꾸는 사례도 나오지만 찾는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 신도시라 새 아파트가 많고 주거여건이 좋아 갭투자 수요가 많았는데, 갭투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물도 함께 잠겼다”고 했다.
미사강변 일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남 망월동 ‘미사강변루나리움’ 84㎡는 이달 3일·4일 각각 6억6000만원, 7억원에 거래되며 이틀 연속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고, 풍산동 ‘미사강변브라운스톤엔에이치에프’ 59㎡는 이달 8일 5억5000만원에, ‘미사강변푸르지오’ 84㎡는 11일 7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하나같이 최고가다.
미사강변도시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6~7월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갭투자가 막히니 전세 물량이 거의 안 나온다”며 “예전에는 물량이 넉넉해서 세입자 이동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지금 사는 집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송파구 직주근접 수요가 10·15 규제 이후 생활권을 공유하는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며 “전세를 찾는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드문드문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양상”이라고 했다.
위례신도시는 상승 폭이 더 크다. 학암동 ‘힐스테이트센트럴위례’ 98㎡는 지난달 8억원에서 이달 8억5000만원으로 단기간에 5000만원이 올랐고, ‘위례우미린’ 102㎡도 이달 6일 8억3000만원에 전세 최고가를 기록했다.
학암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매가 막힌 상황에서 전세로라도 움직이려는 수요가 몰리는데 전세가격이 1억원씩 뛴 단지들도 있다”며 “잠실·삼성동 출퇴근 수요가 많아 8억원 이하 전세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죽하면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인근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천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강동과 하남의 전셋값 차이가 1억원 이내로 좁혀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송파 핵심 입지와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강동구 ‘강동롯데캐슬퍼스트’ 84㎡ 전세가 8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하남의 전셋값은 이미 서울 동남권 수준을 바짝 따라붙은 셈이다.
전세 시장 전체를 압박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대출 규제·재건축 규제·세제 강화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일단 전세로 버티자’는 수요가 증가했고, 갭투자 차단 정책으로 공급까지 줄며 전형적인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 오르면 결국 매매가격도 뒤따라 오르는 것이 시장의 기본 구조”라며 “지금의 전세난이 매매 회복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는 기본적으로 생활권 중심 이동이 많아 송파 전세가 오르면 바로 하남·위례로 번진다”며 “풍선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매매를 보류한 전세 수요와 결혼·출산 등 신규 가구까지 더해지면 수급 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전세가 급등은 내년으로 갈수록 심해질 우려가 있고, 전세 불가로 반전세·월세로 이동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주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