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영업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폭 넘어
이억원 “건전성 위협 주는 정도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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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은행에서 5000만원 규모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개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식을 2000만원어치 샀다. 지난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탓에 매달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 150만원가량 갚고 있어 부담이 컸지만 지금의 시장 활황을 놓쳐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컸다. 이씨는 “집값 급등기를 놓쳤는데 주식 급등기까지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가계신용대출 증가세가 거세지고 있다. 11월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신용대출이 1조원 이상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빚투에 과도하게 뛰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를 ‘개인의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규정하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8028억원으로 10월 말(104조7330억원)보다 1조697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7영업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폭(925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 신용대출 증가폭이 가장 컸던 6월(1조876억원)과 유사한 수치다. 통상 신용대출의 경우 월말에 상환이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신용대출 급증세는 최근 주식 투자 확대 흐름과 연결된다. 코스피 지수가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하는 등 활황을 이어가면서 개인투자자는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4000피’를 넘긴 코스피가 3000대로 밀릴 때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급증하는 추세다.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감)를 느낀 개인이 코스피가 흔들릴 때를 저가 매수로 보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가계대출 불안을 주담대가 주도했다면 최근 들어선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신용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신용대출이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은 주식 투자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블룸버그가 한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지적하며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매수 급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블룸버그는 지난 12일 “한국 증시의 변동성 지수가 이례적으로 급등했고 이는 투자자의 불안감을 반영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한 우리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전체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거나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되레 개인이 책임하에 투자하는 영역이라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10월 신용대출이 1조원 정도 올랐고 전달에는 마이너스였다”면서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한다든지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최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발언하면서 책임 있는 당국자가 빚투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해서도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위원장은 “저희가 일관되게 얘기해 온 것은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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