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지난해보다 줄었지만…코스닥 중심 ‘질적 문제’ 여전 [투자360]

3년 중 최저 건수…양적 감소에도 ‘질적 리스크’ 고착
코스닥 법인 지정 건수, 코스피 두 배 수준
상장폐지 위험도…벌점 30점 이상 기업 속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되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코스닥을 중심으로 ‘질적 위반’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공시번복, 공시 불이행 등 기본적 공시의무 위반이 거듭되면서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지난 13일까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1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0건) 대비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158건)와 2023년(121건)보다 적어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나 공시 위반의 질적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지정사유를 보면 유상증자 결정 철회, 전환사채(CB) 발행 결정 철회,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발행 철회 등 자금조달 관련 번복 사례가 다수였다.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해지의 지연공시, 계약금액 50% 이상 변경 등 계약 관련 불성실공시도 빈번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미공시,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지연공시, 경영권 변경 관련 계약 해제 등 지배구조 변동 공시 위반도 꾸준히 적발됐다. 소송 제기·판결 지연공시, 횡령·배임 사실 지연공시,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등 회사 핵심 정보 공시 지연도 적지 않았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만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이 74건에 달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유상증자 철회와 CB 발행 철회가 반복되며 투자자 혼란을 키운 만큼, 양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중심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적 벌점 규모도 심상찮다. 한국유니온제약, 코아스, 올리패스 등 일부 종목은 벌점 30점 이상을 웃돌아 상장폐지 리스크가 불거졌다. 현행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6조는 최근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누계 30점을 기록한 올리패스는 지난달 15일 결국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공시의무 위반 사례가 잇따랐다. KCC는 지난달 31일 공시번복으로 제재금 800만원을 부과받았고, 아이에스동서 역시 공시불이행으로 벌점 2점을 받았다. 포스코DX, 한진 등 대형주에서도 지연공시가 적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구조적 요인을 이유로 들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은 상장사 수가 코스피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가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본질적 가치 개선보다는 상장폐지 회피나 단기 주가 부양에 기댄 공시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유상증자 역시 운용자금 보전 목적이 적지 않아 시장 내에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이 과정에서 결정과 철회가 찾아 투자자 혼란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간 격차가 역사상 가장 크게 벌어졌다”며 “코스닥 상장·공시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술특례 상장 제도 재검토와 코넥스와의 통합 등 거래소 구조 개편을 통해 ‘2부리그’가 아닌 코스피와 병렬적으로 경쟁하는 시장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