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안 확정하고 최종 합의안 제출 전망
업계 자율협약 석달만에 1호 사업재편 현실화
“대의 공감하나 논의 난항” 막판 조율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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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LG화학 공장 등이 입주한 여수 석유화학단지.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 첫 자율 구조조정 사례가 조만간 공식화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양사 설비를 통합하는 재편안을 이사회에서 곧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두 회사가 최종 합의안을 관계부처에 제출하면 ‘1호 사업재편’이 현실화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다른 산단·기업들의 재편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발표 시기·방식 후속 절차 남아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조만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충남 대산 산단 내 양사 석유화학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정식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는 재편안 초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며, 이사회 이후 관계부처에 최종 합의안을 제출하고 발표 시기와 방식 등 후속 절차를 논의할 전망이다.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대 4의 비율로 각각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JV)이다. 이번 재편안의 핵심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 NCC 설비 등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것이다. 합작사 지분은 양사가 비슷하게 나눠 양측 설비를 통합 HD현대케미칼이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HD현대케미칼은 항공유 등 석유류 제품과 혼합 자일렌, 폴리프로필렌(PP) 등 석화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2022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이 본격화되며 지난해에는 15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분기 영업손실을 이어왔지만,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가 이사회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실제 통폐합을 추진하면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자율구조조정 1호가 된다. 지난 8월 20일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최대 370만톤 규모 납사분해시설(NCC) 감축을 위한 사업재편 자율 협약을 맺은 뒤, 그동안 재편안이 확정된 적은 없었다. 양사는 정부의 자율개편안 마련 요청 이전부터 통합 논의를 진행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논의할 수 있었다.
▶“협약했지만…설비·인력 등 조율 난항”=다만 다른 산단 내 통폐합 논의는 부진한 상황이다. 석화업계의 생존을 위한 재편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수직적·수평적 통합 모두 회사 간 협상인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제출 시한인 다음달까지 막판 조율을 이어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체 감축 목표를 위해 주요 업체가 협약을 맺었지만, 사실 파이프나 밸브 하나까지 모두 자산인 만큼 이를 어떻게 나눌지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인력 조정 문제도 상황은 비슷하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울산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받기로 협약을 맺고 사업재편안을 만들고 있다. 내년 본격 가동 예정인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는 변수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를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후 논의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통합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선 자율적인 재편 노력에 나서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단 입장이다. 특히 설비 통폐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저촉 문제와 세금 문제 등 해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나타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석화업계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절박한 만큼 관련법 적용 유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담합 및 독과점 규제 관련 우려와 관련, 개별안에 따라 공정위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원활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업계 1호 사업재편 사례가 나오는 만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합의안 이행을 위한 지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사업재편을 먼저 추진하는 산단과 기업에는 더 빠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당근책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