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 ‘대폭’ 증가
국세청 검증 강화…과세 부담도 높아져
자기자금과 차입금 등으로 구분해 증빙
기재된 기존주택 취득자금 경로도 추적
차입증명 못한 ‘부모찬스’에 증여세 부과
‘벌칙성 세금’ 가산세도 수천만원 늘어
차입 인정받기 위한 필수 조건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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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자금조달계획서가 사실상 필수 서류가 됐다. 그런데 이 서류를 허술하게 썼다간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데, 어떤 포인트를 주의해야 할까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
#. 11월 어느 날,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6년차 직장인 나세상 씨(33)가 이 동네 12억원짜리 30평대 아파트 계약서를 쓰며 중개사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기존 20평대 아파트를 6억원에 팔았고, 나머지는 담보대출로 충당했어요.” 세상 씨가 내민 자금조달계획서에도 이렇게 단순하게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자금조달계획서를 사실상 대부분의 거래에서 내게 된 요즘, 이 간략한 계획서 한 장이 뜻밖의 복병이 됐다. 세상 씨는 예기치 못한 증여세에 가산세만 무려 3500만원 넘게 내게 됐다. 국세청 출신 세무전문가 ‘국세언니’와 함께 자금조달계획서에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를 짚어봤다.
Q. 자금조달계획서가 왜 국세청의 주요 점검 대상이 된 건가요?
A. 최근 국세청이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와 기타 증빙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부동산 취득자금을 어떤 경로로 마련했는지 기재하는 서류를 뜻하는데요,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편법증여나 불법 대출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택거래신고지역 내 6억원 이상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금조달계획서를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는 거래금액과 관계없이 제출이 의무입니다. 이번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자금조달계획서 작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지요. 주목할 점은 이렇게 지방자치단체가 접수한 자금조달계획서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DB)을 통해 국세청으로 넘어간다는 점인데요.
국세청은 소득·금융자산·증여신고 내역 등을 교차 분석해 자금출처를 검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득 대비 과다취득, 허위 차입, 부모자금 유입 등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 자금출처조사로 전환될 수 있어요. 실제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검증하기 위한 1차 자료인 만큼 작성뿐만 아니라 증빙도 잘 준비해야 합니다.
Q. 5년 전 기존에 제 명의로 구입한 20평대 아파트를 올해 팔아 주택 자금을 마련했을 뿐인데 왜 증여세를 내야 하나요?
A. 세법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즉, 누구 명의냐보다는 누가 실제로 돈을 냈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세상 씨가 기존 아파트를 처분해 마련한 자금이라도 그 아파트를 처음 살 때 부모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았다면 국세청은 그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증여로 추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세상 씨가 5년 전 첫 아파트를 살 때 부모에게 받은 현금 4억원을 증여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국세청 확인 과정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국세청은 금융계좌, 부동산 취득내역, 증여세 신고 여부를 연쇄적으로 대조하면서 자금흐름을 추적합니다. 특히 부모 등으로부터 고액이 반복 지원됐거나 차용증·상환내역 등 부채 증빙이 불명확한 경우는 곧바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어요.
Q. 증여세로 추징되면서 가산세만 무려 3500만원이 넘어요. 줄일 방법이 있을까요?
A. 가산세는 무신고·과소신고 등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벌칙성 세금이죠.
세상 씨의 경우, 5년 전 기존 주택(4억원)을 부모의 지원으로 취득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산출세액(약 6000만원)의 20%에 해당하는 신고불성실가산세(1164만원), 납부지연 가산세(하루당 0.022%, 총 2339만원)가 추가됐습니다. 가산세만 총 3503만원에 달합니다.
2020년에 부모로부터 사실상 증여(4억원)가 이뤄지고 5년 후(2025년)에 과세가 확정된 것으로 간주되면서 총 9323만원의 세금을 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증여신고만 했어도 3500만원이 넘는 가산세를 내는 일은 없었겠지요. 사실 가산세가 이미 확정된 뒤에는 감액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세액 산정 과정에서 시가 평가액·공제금액·과세가액 산입 범위 정도 재검토할 여지는 있습니다.
만약 납부 부담이 크다면 연부연납이나 분납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연부연납은 최대 5년간, 분납은 2개월 이내 일정 금액을 나눠 낼 수 있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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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기존 주택을 살 때 부모가 보태준 돈을 ‘차입금’으로 인정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차입으로 인정되면 이자만 정산하고 9000만원이 넘는 증여세는 피할 수 있을 텐데요.
A. 현재로선 차입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가족 간 금전거래라도 차용의 형식과 실질이 모두 갖춰져야 인정되기 때문이죠.
차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조건 4가지를 꼽자면 ① 사전에 작성된 차용계약서(차용증) 서류 ② 통상의 이자율 및 상환기간 명시 ③ 정기적 이자지급 및 원금 상환 내역 ④ 담보나 보증 등 경제적 합리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4가지 요건이 빠지면 사실상 증여로 판단됩니다. 특히 가족 간 ‘무이자·무기한·무상환’ 형태는 세무당국 입장에서는 증여로 가장된 차입으로 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Q. 규제지역에서는 증빙자료 제출도 필수라고 합니다. 자기자금과 차입금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증빙해야 할까요?
A.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자금 출처를 ①자기자금과 ②차입금 등으로 구분해 증빙해야 하는데요. 이 구분이 모호하면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여받은 자금을 형식상 차입금으로 적고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빌린 돈이라 해도 이자 지급이나 원금 상환 기록이 없다면 국세청은 사실상 증여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금융권 대출처럼 계약서와 실행 내역이 명확히 존재한다면 차입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죠.
먼저 ①자기자금은 자금의 성격에 따라 제출 서류가 달라집니다. 금융기관 예금액은 예금잔액증명서나 통장사본으로, 주식이나 채권 매각대금은 주식거래내역서 또는 잔고증명서로 확인합니다. 증여나 상속으로 받은 자금은 증여세 신고서와 납세증명서, 현금 등 그 밖의 자금은 소득금액증명원이나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으로 소득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부동산을 팔아서 마련한 자금이라면 부동산매매계약서나 임대차계약서 등이 증빙 서류로 활용됩니다.
반면 ②차입금은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서류가 핵심입니다. 금융기관 대출액의 경우 금융거래확인서, 대출신청서, 부채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임대보증금 등은 부동산임대차계약서, 회사 지원금이나 사채·기타 차입금은 금전차용증과 이자지급내역 등 실제로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Q. 국세청이 특히 의심하는 자금조달계획서 유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A. 다음과 같은 3가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첫째, 항목 간 중복 기재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도대금을 ‘자기자금’과 ‘차입금’ 양쪽에 중복 기재하면 시스템상 자동 오류가 발생하거나 조사대상으로 분류됩니다.
둘째, 가족자금을 빌렸음에도 세무상 필요한 증빙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족 간 거래라도 차용증, 이자지급 내역, 상환계획 등 금전거래의 실질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런 증빙이 없으면 국세청은 허위 차입으로 보고 증여로 추정합니다.
셋째, 실제 자금 출처와 다르게 서류를 작성하는 경우입니다. 자기자금으로 기재해 놓고 몰래 증여받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예를 들어 갭투자로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가정해보죠. 매수자는 새로 산 아파트의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존 보유 아파트 처분대금’을 자기자금으로 적어 제출했습니다. 겉보기엔 자신의 자산을 처분해 구입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아파트를 팔았던 자금은 본인이 실거주하는 집의 전세자금으로 활용했던 겁니다. 자금조달계획서상 적힌 자금원천이 정작 다른 집 보증금으로 쓰인 상황인 것이죠. 이후 세무당국이 금융거래 내역을 조회한 결과, 아버지로부터 별도의 현금 증여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증여세를 추징한 사례가 있습니다.
Q. 담보대출로도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계획서에 썼는데요. 아직 집이 팔리지도 않고 대출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증빙자료는 어떻게 하나요?
A. 자금조달계획서에 항목은 기재했지만 아직 부동산 매도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은행 대출이 확정되지 않아서 증빙서류를 바로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죠. 그런 경우에는 ‘미제출 사유서’를 대신 제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하실 점이 있어요. 거래가 실제로 완료되고 잔금이 지급된 이후에는 관할 신고관청에서 증빙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이때는 반드시 응해야 합니다. 당장은 사유서로 대신 제출하더라도 거래가 마무리된 뒤에는 꼭 증빙의무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Q.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신고 내용과 실제 자금 흐름이 다를 경우 어떻게 되나요?
A.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계획서 미제출 시 최대 500만원, 허위 작성 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요.
신고된 계획과 실제 조달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불일치 내역은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어 자금출처조사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처음부터 실제 자금 흐름에 맞게 작성하고 사후 증빙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불필요한 리스크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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