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죽고싶다”던 쌍둥이 女연예인, 결국 한날한시에 떠났다

[AP]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1950~1960년대 전성기를 누린 독일 출신 유명 쌍둥이 연예인이 89세 나이로 숨졌다. 생전 “같은 날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혀왔던 이들 자매는 한날한시 자택에서 죽음을 맞았다.

18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빌트,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쌍둥이 댄서 출신 앨리스와 엘렌 케슬러는 전날 독일 뮌헨 인근 그륀발트에 있는 자택에서 89세의 나이로 숨졌다.

현지 경찰은 사망 당일 낮 12시쯤 ‘자매가 자택에서 조력 자살을 선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범죄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 자매는 생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함께 삶을 끝내기로 선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 독일인도적죽음협회(DGHS)라는 인권 단체에 가입했다는 자매는 사망 당시 이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DGHS는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는 단체다.

DGHS 대변인은 “자매는 특정 날짜에 함께 죽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의 결정은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고려됐으며, 정신적 위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앞서 자매는 작년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한 인터뷰에서 “같은 날 함께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며 “둘 중 한 명이 먼저 떠난다는 생각은 참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자신들의 유해를 같은 유골함에 담아 달라는 유언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어머니 엘사와 반려견 옐로와 함께 묻힐 예정이라고 빌트는 전했다.

독일에서는 2020년부터 ‘조력 자살’이 합법화됐다. 조력 자살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투여하는 식으로 의사가 환자의 자살을 돕는 행위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 투여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당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 개인이 외부 압력 없이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는 한 자신의 생명을 마감하고 제3자의 도움을 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단 적극적 안락사는 독일 형법 217조 ‘촉탁 살인죄’에 해당해 불법이다.

케슬러 쌍둥이 자매는 어린 시절 배운 발레 실력으로 1950~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에드 설리번 쇼’ ‘딘 마틴 쇼’ 등 인기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해 전설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이탈리아에서는 TV 화면에 다리를 선보인 최초의 여성 스타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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