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금산분리 근본정신 훼손 없는 범위서 협의…장기투자 인센티브 내년 추진”

대미 3500억달러 투자, 밸류체인 주도 전략 강조
환율은 구조적 요인서 비롯 “과도한 불안만 차단”
K콘텐츠·벤처·피지컬AI 중심 성장동력 재편 언급
헌법존중TF 구성방안 논의·국유재산 내달 제도 개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필요 시 제한적인 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식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해서는 ‘내년 중 조기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향에 대해 “아직까지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며 “금산분리의 근본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부처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그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쪽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때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다”면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하면 그 부분을 먼저 하고,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그런 부분까지 가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제한적·조건부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구 부총리는 “지금은 글로벌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엄중한 환경”이라며 “과거에 안 한다고 했던 게 반드시 선도 아니고, 또 완전히 가는 것이 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상황에 맞게 범위를 좁힐 부분은 좁히고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면 관계부처와 적극 논의해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SA 비롯해 장기투자 유지 인센티브 확대 검토


일반 주식 투자자의 장기보유 인센티브에 대해선 “민간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작동이 될 수 있는 범위,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해야 해 금년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제도를 빨리 도입할수록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만큼 내년에는 이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구 부총리는 주식 장기투자 세제 혜택의 방향성을 설명하면서 자본시장 전체를 장기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과 종목별 장기보유를 유도하는 방식을 각각 언급했다. 그는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 있다”며 “개별 주식에는 과거 장기보유 소액주주 배당소득 저율 과세, 장기 주식형 저축, 장기 집합투자증권 저축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과 함께 제기되는 ‘AI 버블론’에는 “미국에서 제기되는 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문제이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피지컬 AI를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산업공정 효율화 등을 높이는 AI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의 환율 급등세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가 나도 해외로 나가는 게 그보다 많아 달러가 부족해지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외환수급 주체와 협의해 과도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일차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그 외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의 환전 유도나 세제 혜택 등 인위적 조치에 대해서는 “특별한 인센티브를 드리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이번 대미 투자는 국민들이 낸 돈으로 미국에 투자해 관세가 낮아진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기업들도 국내 외환수급 여건을 인식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3500억달러 대미투자 계기 “글로벌 밸류체인 핵심돼야”


구 부총리는 또 한미 관세협상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관련해 “한국이 끌려가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느낌은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한국이 핵심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업 1500억달러 투자에 대해 “미국과 연대해 세계 최고의, 중국도 따라올 수 없는 조선업 글로벌 체인을 구축하는 적극적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 2000억달러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도 “반도체·에너지·바이오·AI·양자·배터리 등은 한국이 장점이 있는 분야”라며 “한국이 먼저 미국에게 사업을 제안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글로벌 조선업 밸류체인 전략과 신산업 분야 2000억달러 투자에 대한 후속 조치 체계를 구축해 한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적극적 개념으로 가겠다”고 부연했다.

구 부총리는 한미 관세협상 이행을 지원할 대미투자특별법에 관해선 “내년 1월 1일자로 자동차 관세 15%를 적용받기 위해 무조건 이달 내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는 “종합적인 대안 만들 것”


이 대통령의 국유재산 매각 중단 지시와 관련된 질의에는 “각 부처가 전수 조사 중이며 결과를 모아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며 “12월 초·중순까지는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시점을 못 박았다.

각 부처별로 구성할 예정인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와 관련해서는 “구성하는 방안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책임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공무원들이 국민·국가에 대한 봉사자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했다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대부분 공무원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하지 않았을까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성에 대해선 “어떤 세제를 항목별로 보는 게 아니라, 부동산 세제를 패키지로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항목을 어떻게 한다는 건 애당초 검토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여러 가지를 다 보고 있고, 국민들의 수용성과 전체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서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반도체 호황과 정책효과로 3분기 성장률이 1.2%를 기록했다”면서 “연간으로 보면 적어도 0.9% 이상 성장을 달성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관망해 본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선 “반드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며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성장 전략으로는 K-뷰티·푸드·콘텐츠 강화와 벤처·창업 생태계 육성을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국내 투자 활성화와 기업 지원 방향에 대해 “주요 기업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날짜를 잡아 소통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매달 기업들과 만나 애로를 청취하고, 규제·인력·연구개발(R&D) 등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조직 분리와 관련해선 “한 번 결정된 건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면서 “재정경제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리가 되더라도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발해 더 좋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신설된 기획예산처와 소통도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인사 교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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