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금융계급제, 성급한 일반화 오류”
은행 여신심사의 신뢰 훼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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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은희·유혜림 기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자는 의중은 이해하지만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 지어 금리를 지적한 프레임 자체는 잘못됐어요. 상환능력, 즉 신용에 기반한 금리 책정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계급제’ 발언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고신용자가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위험을 기반으로 하는 금리 산정 체계의 핵심이자 기본인데 이를 ‘차별’로 해석하는 시각이 시장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높여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맞물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고신용자를 마치 ‘특혜를 받는 부류’로 규정하며 이들의 신용관리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저신용자와 편 가르기를 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여신 관련 담당자들은 특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서 저신용과 저소득, 고신용과 고소득을 동일시하는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봤다.
시중은행에서 개인고객그룹을 오래 담당해 온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신용자라고 해서 고소득자가 아니고 저소득자라고 해서 저신용자가 아니다”라면서 금융계급제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엇보다 신용은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산물인데 높은 신용도에 기반한 낮은 금리를 특혜로 보는 것은 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실제 현장에서 채권 회수와 여신심사를 병행하는 직원의 반발은 더 거세다. 다른 시중은행의 압류·추심 담당자는 “법률사무소를 통해 개인회생 신청이 몰리고 있고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는 1990년대생 채무자도 적지 않다”면서 “소매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용도를 ‘계급’에 빗댄 표현이 자칫 은행 여신심사의 신뢰를 훼손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은행이 취약계층에 금리 혜택을 주는 비용을 고신용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표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결국 본질은 저신용자를 포함한 금융 취약계층의 소외 문제를 해소하자는 건데 이를 계급에 비유하다 보니 반발심이 더 생기는 것 아니겠냐”면서 “취약계층 우대 대출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 상생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고신용자에게 부담을 넘길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포용금융 주문이 시장 현실과의 괴리를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직원은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규제는 강화하면서 저신용자 대출 부담은 줄여주라는 정책 신호가 반복되고 있다”며 “저신용자들이 은행에 돈을 빌리러 오면서도 마치 ‘내 돈을 찾으러 온 것처럼’ 당당해지고 대출을 거절하면 민원부터 제기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