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핵항모까지” 트럼프, 베네수엘라에 유독 강경한 이유[디브리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독재자’라고 규정해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대화 의사를 동시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태스크포스와 가진 행사에서, 취재진이 마두로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자 “나는 아마도 그와 대화할 것이다. 나는 누구와도 대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시점에는 그와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베네수엘라에 미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나는 그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자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지상군 파병에 선을 그어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지상군 투입도 옵션으로 남겨뒀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中러 견제·지지층 결집·美 우선주의가 뒤엉킨 ‘강경 노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웨스틴 호텔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외신들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 노선을 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계산,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경쟁, ‘마약과의 전쟁’ 프레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각종 제재와 비밀 작전, 제한적 군사행동을 통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며, 마두로 정권이 미국을 위협하는 마약 밀매에 깊이 연루된 ‘마약 카르텔 국가(narco-state)’라고 규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밀매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는 점을 내세워, 마약 조직을 겨냥한 표적 타격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활동을 승인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국제해역에서 ‘마약선’으로 지목한 선박을 폭격하는 작전을 수차례 감행해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베네수엘라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짚는다. 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마약, 불법 이민, 국가안보에 민감한 유권자들에게 ‘강경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정치 평론 매체 ‘폴리틱스(Politics)’는 베네수엘라 강경 노선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와 정확히 맞물린다”고 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경제·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기업을 겨냥한 전면적 제재를 부과해 왔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서반구에서 여전히 지배적 위치에 있으며, 마약·인권·‘적대국과의 공조’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 정권에 대해서는 군사력을 포함한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내는 성격도 있다.

흥미롭게도, ‘대외 군사개입 최소화’는 트럼프와 그의 핵심 지지층이 공유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출범(1월) 이후, 이른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 대륙과 주변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집요하게 매달려 왔다.

이는 유럽의 간섭 배제를 내세우며 미주 국가의 자주성을 강조했던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먼로주의(Monroe Doctrine)’에 자신의 이름 ‘도널드(Donald)’를 합성해 부르는 표현으로, 고립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서반구에서는 미국 이익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항모 카리브해 투입·테러조직 지정 예고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인 미 해군의 제럴드 R 포드호가 13일(현지시간) 이지스구축함 윈스턴 S 처칠호 등 호위함과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전략폭격기 등 편대와 함께 카리브해로 이동하고 있다. 제럴드 R 포드호가 16일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도착하면서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군사적 움직임도 노골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호를 주력으로 한 항모전단을 베네수엘라 북쪽 카리브해 연안에 배치하며 일대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더해 베네수엘라 기반 국제 범죄조직인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Cartel de los Soles)’를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하고, 그 수장으로 마두로 대통령과 측근들을 지목하면서 정권 축출을 위한 군사공격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키면서도 설득력 있는 전략적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은 마약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왔지만, 동지중해에서 항모를 빼 카리브해로 급파한 이유, 정작 육로를 통해 펜타닐이 대량 유입되는 멕시코나 콜롬비아가 타격 대상이 아닌 이유 등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의회 지도부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외교가 일각에서는 ‘마약과의 전쟁’ 프레임과 정권 교체 가능성이 사실상 뒤섞여 있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마두로의 맞불…비상 대비 태세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카라카스에서 훈련 중 러시아산 중거리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AFP]

베네수엘라도 맞대응에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정권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병력과 민간 무장조직을 총동원해 전국적인 비상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카라카스라과이라 고속도로 등 주요 길목에 탱크 저지용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유사시를 대비한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베네수엘라의 재래식 전력은 약 12만3000명으로 추산되며, 마두로 대통령은 예비역과 민병대를 포함해 “800만 명이 국가 방위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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