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숨진 이스탄불 호텔서 관광객 또 사망…벌써 5번째 ‘비극’

일주일새 5명의 투숙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호텔. [영국 더선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관광 중심지 파티흐 지역의 한 호텔에서 독일 국적 투숙객 5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호텔 측의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독일 매체 슈피겔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출장으로 이스탄불을 방문한 독일인 남성이 호흡곤란과 식은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출장 차 이스탄불을 방문한 독일인 남성이 급성 호흡곤란과 식은땀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 남성이 머물던 호텔은 지난 13~17일 사이 잇달아 숨진 독일인 일가족 4명이 묵었던 바로 그 호텔이었다.

앞서 숨진 일가족은 휴가를 위해 이스탄불을 방문한 뒤 메스꺼움·구토 등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가 부인과 6세·3세 자녀, 가장인 남성이 차례로 사망했다. 이들의 사망 직후 경찰은 애초 식중독을 의심하고 가족에게 음식을 판 노점 상인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가족과 같은 호텔에 투숙한 이탈리아·모로코 등 여러 나라 관광객들이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하자 호텔 방제 과정의 과실로 수사 방향을 바꿨다.

사망한 일가족 부검 결과 사인은 식중독이 아닌 화학물질 중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텔 측이 사건 발생 직전 건물 내 빈대를 잡기 위해 독성이 강한 인화알루미늄계 살충제를 살포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 독성물질이 욕실 환기구를 통해 일가족 객실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 호텔을 폐쇄하고 살충제 샘플을 분석 중이다.

튀르키예 사법기관도 숨진 일가족에 대한 부검 보고서에서 “섭취한 음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다”며 “호텔 환경에서 비롯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치명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도 독일인 교환학생이 이스탄불의 숙소에서 살충제 노출로 사망한 전례가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피해자 가족은 방제업자를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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