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 “구조 한계뚜렷” 강력 비판
하청간 갈등시 단위 쪼개지는 구조
“가이드라인 필요” 보호장치 요구도
![]() |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정부가 노사 협약에 끼어든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기업마다 협력업체 숫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 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할 수 있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지지 않으면 결국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24일 원·하청 노사의 실질적 교섭을 강화하기 위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하청 노조 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자율적으로 우선 진행하도록 하되 절차 중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3조(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노사가 교섭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합의가 어려울 시 노동위원회가 근로조건, 고용 형태, 교섭관행 등 여러 기준을 바탕으로 사용자·노조 등 교섭 단위의 통합 또는 분리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이후 분리된 교섭단위별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 각각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일부 학계와 경제계 측에서는 “현실적인 측면을 감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현장에서 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원·하청 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구조적으로 어렵고, 다수 하청업체를 거느린 사업장은 노무 부담이 폭증할 수 있는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 |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노란봉투법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측이 직접 문제를 풀기엔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정부가 나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양쪽 모두로부터 ‘정부의 잘못된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력업체 교섭 창구를 어느 정도 줄인다 해도 협력업체가 수천 개에 이르는데, 이를 몇 개로 단일화할 수 있겠느냐”며 “창구를 최대한 단순화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안에서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를 적극 활용하도록 명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각 교섭단위 간의 자율적 협의를 통한 교섭을 최우선으로 최대한 지원하고 최종 합의가 불발될 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지만, 경영계를 중심으로 “분리제도가 확대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형해화할 수 있고, 이미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원청과 원청노조 간의 교섭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측면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에서 ‘교섭 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시한에 대해 필요 시 1회에 한해 1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규모 사업장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너무 짧다”며 “원·하청 노조가 협의를 하려면 어느 영역을 누가 책임지고, 실질적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촉박한 일정 때문에 절차가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은 노조가 요구하면 교섭단체를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측면이 있다”며 “노조 간 갈등만 불거져도 분리 결정이 이어지고, 사용자성 판단과 협상이 길어지면 1년 내내 교섭을 해도 끝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해관계 공통성’과 ‘갈등 유발 가능성’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교섭단위가 계속 세분화돼 오히려 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안이 ‘분리·연대’의 반복이 교섭창구 난립으로 이어져 협상 기간만 길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청과 수백에서 수천 개 협력업체로 얽힌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우 “이번 시행령 개정안만으로는 현장의 복잡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와 교섭 의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강력한 보호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용자성 판단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명확히 하는 시행령이 나오지 않으면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노동쟁의 대상을 계속 넓혀 가고,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까지 흔들리면 대규모 제조업 현장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품업계 관계자 역시 “자동차 부품사는 인사권도 없고, 여러 완성차·해외 고객사에 복수 납품하는 구조라 전형적인 원·하청 관계로 보기도 어렵다”며 “사용자 범위에도 애매하게 걸쳐 있는 업체들까지 교섭창구 단일화 틀 안에 끌어들이면, 하청 경영진이나 일부 노조가 사실상 ‘패싱’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왜곡을 막을 분명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우·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