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2> 전과자 만드는 온라인 취업미끼
② 쉽게 채용됐다가 범죄자 낙인찍힌다
[헤럴드경제=박준규·이영기 기자] 마약을 전달하는 드라퍼(Dropper)의 휴대전화를 경찰이 압수해 들여다보면 ‘행동 수칙’이 종종 나온다고 한다. 보통은 이런 식이다. ①주택가 화단, 배전함 등 물색해서 던져야 함 ②택시를 이용하고 자차를 타지 말 것 ③방범용 CCTV가 보이면 던지지 말 것. 잡혀 들어간 사람들이 ‘경찰이 뭘 보고 어떻게 수사하더라’ 알려주니, 드라퍼를 고용해서 부리는 상선들이 검거를 피하려고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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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그램 한 마약 채널에 올라온 드라퍼 구인 공지글 |
형사들은 마약을 던진 ‘좌표’(위치)를 알아내면 그곳의 일주일 치 폐쇄회로(CC)TV를 다 뒤진다. 이런 수사 관행이 알려지니 요즘엔 약을 숨기는 시점과 구매자가 찾아가는 시점이 한 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의 한 형사는 “CCTV에서 들켜서 검거되는 것보다 한 달 약을 방치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름대로 치밀하게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수사망에 걸리기 마련. 특히 길거리를 배회하며 마약을 뿌리는 드라퍼는 잡힐 가능성이 높다. 마약유통의 몸통은 심부름꾼을 방패막이 삼아 숨어버린다. 꼬리는 잡히는 셈인데, 단순 배달이라고 변호해도 무거운 형사처벌을 피하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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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화단에 던져진 마약을 찾아내는 장면. [서울경찰청 제공] |
공급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에서 투약자(수요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드라퍼. 그들은 온라인을 통해 취업 기회를 탐색하고 지원한 뒤 면접을 보고, 업무 지시를 받는다. 그들을 고용한 중간 판매자(상선)는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같은 보안 메신저는 드라퍼의 취업 게시판이자 면접장, 동시에 업무 공간이다.
드라퍼를 고용하는 경로는 몇 가지로 나뉜다. 판매책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 ‘직원 구한다’고 공지하고 지원자를 기다리기도 한다. 혹은 꾸준히 마약을 구매해 가는 단골손님을 점 찍어 두고 드라퍼로 일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사람을 찾는 딜러(상선)의 성향이나 운영 방침에 따라 ‘인재상’은 천차만별. 드라퍼는 수십~수백만 원에 팔리는 마약을 취급하기 때문에 약만 들고 잠적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상선은 수백만 원의 보증금이나 신분증 사본, 주민등록 등본 등을 ‘안전장치’로 요구한다. 1~2주 정도 수습기간을 두고 유심히 지켜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정식으로 일감을 주기도 한다.
문인곤 변호사(법무법인 상원)는 “목돈이 없는 이들은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아서까지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도 물건(마약)을 들고서 잠적하는 전달책이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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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드라퍼에게 상선이 제공한 행동 수칙 재구성 |
대부분의 드라퍼는 고용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어떤 딜러는 자기 지인이 경찰에 투약으로 잡히니까 드라퍼를 제보했다. 수사에 협조했다는 확인서(공적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한 뒤 감형을 받기 위해서다.
과거 마약 판매에 관여하다가 검거돼 징역을 살았던 A씨는 “모든 딜러는 드라퍼를 방패나 버리는 패쯤으로 여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 드라퍼를 경찰에 제보하는 건 우습다”고 전했다.
‘단순 배달책이라도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판결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우리 사법체계는 마약을 판매하거나 운반하고, 은닉하는 행위는 큰 형량으로 다스린다는 엄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필로폰 1g을 던지다가 걸렸더라도 인생을 날릴 수 있다. 아무리 ‘마약인 줄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피고가 조금이나마 불법 약물임을 인식할 만한 정황이 보인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처벌하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 법원의 처벌 경향을 확인하고자 헤럴드경제는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마약’, ‘운반책’ 등의 키워드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이달 11일 사이에 난 1심 판결문 43건을 추렸다. 이 가운데 피고가 징역형을 받은 판결은 모두 26건이었다.
범행 기간은 짧고 형량은 무거웠다. 판결문에 나타난 드라퍼들의 평균 범행 기간은 약 33.3일이었다. 하루 일을 하고 검거된 경우도 있었다. 1심 평균 형량은 징역 3년 6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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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퍼로 기소된 B씨는 서울 성동구에서 필로폰 총 1.5g을 3개로 나눠 포장해 여기저기에 던졌다. 건당 5만원씩 총 15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1심 법원은 그에게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마약사범에 적용되는 법률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범)’이 적용된다. 소지하고 있거나 취급했던 불법약물(마약·향정신성의약품)의 시장 가치가 클수록 당연히 처벌의 수준은 가중될 수 있다. 가액이 5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5000만원을 넘기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경기도 의정부시 일대에서 필로폰 1482g을 소지하고 마약을 유포했던 드라퍼 C씨는 7년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B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의 가액을 도매가 기준으로 1억5000만원으로 산정했다.
드라퍼들은 단일 약물만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 딜러로부터 여러 종류의 마약류를 받아 소지 및 관리하는데 가장 많이 취급하는 품목은 단연 필로폰이다. 판결문에 등장한 피고 26명 중 21명이 필로폰을 전달하다가 붙잡혔다.
드라퍼의 수익은 통상 건당 매긴다. 얼마씩 받는지도 사람마다 달랐다. 서울 일대에서 활동하던 한 드라퍼는 건당 5만원을 받았다. 경기도 시흥시 일대에 마약을 뿌렸던 또 다른 드라퍼는 건당 1만원을 받고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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