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부고 문자 누르자 120억이 날아갔다 [세상&]

국내 최대 스미싱 피해 범죄 조직 검거
부고장 링크 통해 금융정보 탈취해 범행
국내 총괄 중국인 총책 구속돼 송치
중국 거점 상선 총책은 적색수배 조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스미싱 범죄 조직원. 수도권 아울렛 주차장에 숨어 다수의 휴대전화로 범행을 하던 중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스미싱 범죄를 일으킨 조직이 검거돼 와해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청첩장·부고장 등으로 위장한 스미싱 문자를 보내 휴대전화 접근 권한을 탈취했다.

조직은 이를 통해 직접 금융계좌,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입해 최소 1000명으로부터 120억원을 편취했다. 경찰은 중국 조직에서 파견된 중국인 국내 총책 A씨 등을 구속하고, 중국인 총괄 총책들에 대한 적색수배를 내렸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스미싱 범죄 조직원. 수도권 아울렛 주차장에 숨어 다수의 휴대전화로 범행을 하던 중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명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1대장은 “피해자들 휴대전화에 악성앱을 보내 권한을 탈취한 후 1000여명으로부터 120억원을 편취한 국내 최대 규모 스미싱 피해 조직을 검거했다”며 “국내 총책 중국인 A씨를 비롯한 13명을 검거해 지난 7일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장은 “조직원 중 총책을 포함한 4명은 구속했다”며 “중국에서 스미싱 범행을 지시한 해외총책 2명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 수배 조치하는 등 국제공조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거된 스미싱 조직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서 2023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활동하며 최소 1000여명으로부터 120억원을 편취했다. 이들의 수법은 피해자들에게 청첩장·부고장·교통법규 위반 등으로 위장한 문자를 보내 악성앱 설치 링크를 누르도록 유도하는 식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스미싱 조직의 문자 내용. 부고, 청첩장 등으로 위장해 링크를 누르도록 유도하는 스미싱 문자다. [서울경찰청 제공]


악성앱이 설치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 권한을 탈취해 금융 본인인증 수단을 확보했다. 비대면 본인인증의 취약점을 노려 금융 계좌 및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입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좌에 직접 접근해 피해자의 돈을 빼앗았다.

피해 규모는 국내 스미싱 가운데 최대 규모다. 특히 피해자의 80~90%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1대 2팀은 스미싱 전담팀으로 지정된 후 다수의 스미싱 사건을 이송 받아 범행 수법을 분석했다. 분석을 토대로 계좌탈취형 스미싱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스미싱 범죄 조직원의 차량. 수도권 아울렛 주차장에 숨어 다수의 휴대전화로 범행을 하던 흔적. [서울경찰청 제공]


수사팀은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 및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수도권 아울렛 주차장에서 범행을 하는 것으로 특정했다. 수사팀은 직접 아울렛을 돌며 잠복하던 중 차량 내에서 신분증 위조, 공기계 유심 장착 후 금융기관 앱 침입 등을 하고 있던 피의자들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현장에서는 수십 대의 휴대전화 공기계와 범행에 이용한 위조 신분증 및 범죄수익금 4500만원을 발견해 압수했다.

또 국내 총책을 검거한 후 상선에 대한 정보도 확보했다. 범행에 사용된 인터넷 프로토콜(IP) 분석 및 중국 출입국 내역을 추궁해 중국 상해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해외 총책 2명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했다.

이들은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국내 총책은 중국을 오가며 중국 총책들과 교류하며 범행을 공모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또 중국인 국내 총책 A씨는 스미싱 범행을 위해 중국 조직에서 파견된 인물로 드러났다. 입국하자마자 중국 지인들을 모아 1년 7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스미싱 범죄 조직원. 수도권 아울렛 주차장에 숨어 다수의 휴대전화로 범행을 하던 중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조직 검거뿐 아니라 향후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도 마쳤다. 수사 과정에서 본인인증 체계의 제도적 취약점을 확인해 통신사 2곳 및 금융기관 2곳에 취약점과 범행 수법 등을 공유했다. 또 이번 검거를 기준으로 계좌탈취형 스미싱 수법의 범죄가 급감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향후 사이버금융범죄 근절을 위해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중국 총책을 검거할 수 있도록 국제공조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사이버금융범죄 근절을 위해 금융당국 및 해외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 범죄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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