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B뱅크 행장 전격 교체…비상식적인 인사조치 감독국도 들여다본다

CBB주총
CBB뱅콥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1월 20일 은행측이 배포한 사진에서는 리처드 고 행장이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고 행장 왼쪽이 최대주주인 박순한 이사장이다. 이튿날인 11월 21일 고행장은 경질됐다.<사진=CBB뱅크 제공>

CBB뱅크가 다시 한번 비상식적이란 말이 나올 만큼 이상한 인사 교체를 단행,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CBB은행의 지주사 CBB뱅콥이 정기주주총회 다음날인 21일 소리소문없이 동부지역 대표 및 최고 커머셜 뱅킹 책임자로 재직 중이던 박승호 전무를 리처드 고 행장 후임에 임명한다고 공지했다.

제임스 홍 전 행장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내보내고 후임자를 선임한지 불과 7개월도 안돼 일어난 일이다.

CBB 뱅크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인사이동은 해임 순간까지 리처드 고 행장마저 몰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리처드 고 행장은 개인사정이나 건강 또는 심각한 업무적 실책이 있었던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해임공지 전날 주주총회에서는 이사진들과 나란히 기념사진도 찍어 CBB측이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신임 행장의 임기도 공지한 날인 21일부터 시작됐다.

주총에서 동부지역 실무 책임자인 박승호 전무를 새 이사로 승격시켜 의아스러웠는데 이것이 행장으로 승진시키기 위한 사전조치였던 셈이다.

행장은 교체될 수 있다. 2024년 1월 이후 동부지역의 영업을 책임지며 영업망 확장을 이끌었던 박 전무가 신임행장으로써 빼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과 절차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CBB의 이번 인사는 의문 투성이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장기간 부진한 은행 실적에 대해 행장 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했다고 알려진다.

사실 CBB는 한때 자산규모에서 남가주 기반 한인은행 가운데 상장은행들인 뱅크오브호프, 한미, PCB에 이어 4위였지만 지금은 오픈뱅크에 밀려나 있다.

올 3분기 현재 상장은행인 오픈뱅크의 자산은 26억 1452만달러로 CBB와 체급이 다르다. CBB는 비상장 상태로 19억 6237만달러의 자산규모를 나타내 US메트로뱅크의 15억 6678만달러와 경쟁하는 처지다.US메트로뱅크가 빠른 확장을 통해 자산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중이어서 CBB가 남가주 6개 한인은행 가운데 꼴찌로 내려앉는 건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실적 부진의 책임을 불과 몇 달전 행장직에 오른 신임행장에게 묻는다는 것을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 지 의문이다. 3년 임기를 준 새 행장을 불과 7개월만에 내쫓아 인사 실수를 인정한 이사회와 행장 선임위원회는 과연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신임 박승호 행장은 리처드 고 행장 임명 당시 하마평에 오른 적도 없고 서부지역에 인맥도 부족한 인사라는 지적이다. 과연 그러한 박 신임행장이 분위기를 잡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소리가 은행 안팎에서 자자하다.행장 교체 소식 이후 남가주 일대 한인 은행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박승수 행장이 도대체 누구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CBB은행 직원들도 서로 눈치를 살피면서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의아하다고 입을 모았다.

CBB뱅크는 사실 비상식적인 인사를 단행하기로 악명 높다.리처드 고 행장 전임자였던 제임스 홍 행장을 재계약 직전 전격 해임했고 그 이전 조앤 김 행장도 계약만료 불과 1주일 전에야 교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1년에는 최운화 창립행장과 재계약하는 분위기에서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행장 뿐 아니다. 재무, 크레딧 그리고 운영 등 주요 핵심직책도 다른 한인은행과 달리 소리소문 없이 자주 교체하는 곳이 CBB다.

한인은행가에서는 CBB가 다른 은행에 비해 의사결정 과정이 특이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전반적인 의견을 취합해 결정을 내리기 보다 대주주인 이사장의 입김이 크다는 것이다. 박순한 이사장이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에 문외한이나 다름없음은 비밀이 아니다. PCB나 오픈뱅크보다 먼저 상장했어야할 CBB가 여태 비상장으로 머무르는 까닭도 기업공개로 인해 박 이사장 자신의 권한과 영향력이 위축될까 저어한 탓이라는 게 한인은행권의 공공연한 해석이다.

공개(Public)기업이든, 민간(Private)기업이든 은행은 공공성이 강하다. 시민의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만큼 공적 기능이 우선하는 은행에서 대주주 개인의 영향력이 경영을 좌우하는 현실은 금융감독 당국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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