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시대…전쟁이냐 공존이냐[북적book적]

민간 주도 로켓 탐사…‘시장’이 된 우주
독점·식민지화 따른 불평등 문제 우려
‘모두를 위한 우주’ 협력·국제법 등 필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오전 1시 13분 발사돼 1단과 2단, 페어링 분리 등을 수행하고, 탑재했던 위성 13기를 모두 예정된 궤도에 방출했다. [고흥=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4차 발사에 성공했다. 2022년 2차 발사, 2023년 3차 발사에 이은 3번째 성공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누리호를 2차례 더 발사함과 동시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 7차 발사를 위한 예산 50억원을 기획하고 있으며, 8차 발사 이후부터는 매년 1번 이상 누리호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앞선 누리호와 달리 최초로 민간 주도로 제작돼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췄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 국가 연구소가 하나의 팀이 되어 수행한 최초의 민관 공동 발사”라며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우주 공간을 정복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넘어 달, 화성으로 뻗어나가면서 ‘우주 대항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매슈 와인지얼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와 브렌던 로소 전략가는 신간 ‘인피니트 마켓’에서 우주가 하나의 ‘시장’이 됐다고 진단한다. 과거 정부가 계획하고 통제하던 우주라는 영역에 민간 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상업 우주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난 20년간 발사 비용이 급락하고 위성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단순히 기술 진보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미국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 시장의 포문을 연 민간 기업이다. 스페이스X는 2017년 로켓 재활용에 성공하며 발사 비용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왕복선(스페이스 셔틀)의 20분의 1 수준으로 절감, 미 우주 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발사 비용이 내려가고 발사 기회가 늘어나면서 수많은 위성 기업이 등장했고, 벤처캐피털 자금도 사상 최대 규모로 몰려들었다. 2020년에는 2명의 나사 우주인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발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또 블루 오리진, 플래닛, 애스트로스케일 등과 같은 민간 기업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우주 산업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진짜 부자들은 돈을 금고가 아닌 우주로 보낸다’는 말처럼 우주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지구상의 실물 경제가 우주로 연장되면서 지구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가 우주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신간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에서 우주 불평등 문제에 주목한다. ‘모두를 위한 우주’라는 2022년 국제우주대회의 구호는 이상적인 지향점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이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위성과 궤도의 사용은 거의 강대국들이 독점해 왔고, 기술 접근의 편향성과 우주 자원의 선점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인도, 일본은 독립적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고, 유인우주선 발사가 가능한 기술력도 갖췄다. 그러나 현재 인공위성을 하나라도 발사한 국가 가운데 100여 개국은 자국 발사체가 없어서 타국에 의존해야 하고, 인공위성 제작 기술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기술 격차의 문제를 넘어 ‘주권의 외주화’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발사된 2만2000여 개 인공위성 중 미국이 61%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러시아가 17%, 유럽이 7%, 중국이 6%, 일본이 1.5%, 한국이 0.2% 등을 차지한다. 10개가 안 되는 우주 개발 선진국이 절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의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우주가 사유화되고, 기업이 제공하는 기술이 특정 국가 또는 계약자에게만 독점 제공되는 ‘우주의 식민지화’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우주 불평등은 데이터, 통신, 안보, 탐사 등 전방위적 분야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존 지구의 불평등보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1967년 우주조약은 우주 공간을 모든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명시했지만, 이후 각국은 우주 관련 국가법을 제정했고, 국제법은 부재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커졌다.

우주 르네상스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우주가 패권 전쟁의 장이 될지, 공존과 희망의 공간이 될지는 인류의 손에 달렸다.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우주’를 만들기 위해선 속도만 앞세워 무작정 달려 나가기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피니트 마켓/매슈 와인지얼·브랜던 로소 지음·고영훈 옮김/페이지2북스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최은정 지음/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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