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볼일 없는 한국, 슬로베니아가 꿀벌외교로 돕는다[함영훈의 멋·맛·쉼]

자연과의 공생, 함께 성장하는길 ‘아피투어’
11월27-28일, 전북특별자치도와 국제포럼


슬로베니아 벌집 캐슬


슬로베니아 양봉 아줌마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요즘 국내에 벌 볼 일이 별로 없다. 기후변화도 있지만, 개발을 위한 수목의 제거, 농산물 보호 목적의 농약 사용 등이 주 원인이다.

이에 비해 미국 유타주와 일본은 비슷한 개발 행보를 보이면서도 전통 꿀벌을 지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자녀를 서울에서 교육시킨 한국 학부모인 안젤리나 졸리도 벌을 사랑하고 개체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데, 벌과 관련된 기념행사에 한국에 오지 않고 일본으로 간 적이 있다.

벌 볼 일 적어진 한국을 향해 슬로베니아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대사 예르네이 뮐러)은 27일부터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전북 일원에서 ‘자연과의 공생, 함께 성장하는 길(Coexisting with Nature: The Path of Shared Growth)’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국제포럼은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 개체수 감소 문제와 지속 가능한 양봉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 전북자치도의 자연 공생 포럼


이미 슬로베니아 대사관이 지난해 6월 ‘꿀벌 귀환 국제 심포지엄’을, 올해 9월 대사관 개관 3주년을 맞아 진행한 문화·공공외교 행사 ‘허니문 위크(Honeymoon Week)’를 개최한바 있다.

이번 행보는 새로운 ‘꿀벌 외교’ 행사로, 작지만 강한 한국-슬로베니아 연대감을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앞선 두 행사에서 보여준 슬로베니아의 오랜 양봉 전통과 ‘꿀벌 외교(Bee Diplomacy)’는 이번 포럼을 통해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아피테라피(Apitherapy: 꿀벌이 만들어내는 자연 물질을 활용한 대체 의학), 아피투어리즘(Apitourism: 벌·양봉 문화를 기반으로 한 체험 관광), 지속가능 발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은 슬로베니아에서 녹색정책, 지속가능성, 소통을 상징하는 존재로, 슬로베니아는 유엔(UN)이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국가이다.

이번 포럼은 양봉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전통 산업에 혁신적 개념을 접목하려는 양국의 협력 의지를 반영한다. 또한 EU 및 아세안 국가 대사, 국제기구, 주한공관 관계자, 양봉, 농업, 관광 분야 전문가 등 100명 이상이 참석하여 자연 기반 치유관광, 기후변화 대응, 녹색성장 전략 등 국제 협력 과제를 논의한다.

슬로베니아 양봉은 예술, 체험 등과 연계돼 있다.


27일 참가자들은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술테마박물관, 안덕 건강 힐링 체험마을 등 지역의 주요 치유 및 웰니스 관광지를 방문한다.

황토 찜질, 김장 만들기, 막걸리 양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북이 자연 기반 치유관광의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28일엔 전주 라한호텔에서 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은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환영사, 슬로베니아 대사 및 FAO 한국협력사무소장의 축사로 개막한다. 이어 ▷자연이 주는 치유 슬로베니아의 아피테라피, 아피투어리즘 소개 ▷자연과 함께하는 지역 활성화 치유관광 및 치유농업 사례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 발전 기후변화·환경 대응 전략 등 3가지 세션 토론을 벌인다.

마지막에는 주한 공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패널토론이 이어지며, 자연과의 공생 및 국제 협력 확대 가능성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다.

알프스 끝자락 슬로베니아 블레드섬


12월 1일에는 한국양봉농협 안성 경제사업부에서 ‘양봉 6차산업 혁신과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아피투어리즘 및 아피테라피 세미나’가 열린다.

슬로베니아와 한국의 양봉 전문가 약 30명이 참석해 기술·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 및 협력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5월 슬로베니아대사관, 한국양봉협회, 한국양봉농협이 체결한 양봉산업 발전 협력 양해각서(MOU)의 실질적 후속으로, 양국의 협력을 실행 가능한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은 2022년 12월 한국에 설립되었으며, 개관 이후 양국 간 지속가능 발전, 녹색외교, 문화·공공외교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꾸준히 확대해오고 있다. [사진=슬로베니아 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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