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되니 또 도로포장?’…李대통령 “법 개정 추진해야”

정부 9월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 회의록 공개
李 “또 도로 포장하고, 안쓰는 개천 제방 쌓고”
농어촌 특별회계 사용목적 개정 필요성 언급
전재수 장관, 동남권투자공사 필요성도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농어촌 지역 등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기반시설 공사에 허비하는 예산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27일 공개한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 도중 지역 균형발전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에 가면 쓸모없는 공사를 너무 많이 한다”며 “했던 데 또 (도로를) 포장하고, 아무도 안 쓰는 개천에 제방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농어촌 특별회계 사용 목적이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데만 쓰게 돼있는지를 국무위원들에 물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금은 시설 위주로 되어 있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이것을 고치는 게 어떻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예산은 있고, 시설만 해야 하니까 (포장·제방을) 했던 곳에 또 하고 불필요한 곳에 계속 (예산을) 쓰고 있다”면서 “법 개정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법이 세출과 관련한 조항에 ‘지역개발 및 산업기반 확충을 위한 사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회의록에는 이 대통령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부산에 설치하기로 한 동남권투자은행에 대해 묻자 그 대안으로 동남권투자공사를 제안하는 과정도 담겼다.

이 대통령이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은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묻자 전 장관은 “투자은행 이야기도 있고 투자공사 이야기도 있는데 일단 공사로 정리를 했다”고 답했다.

전 장관은 이어 “은행으로 하면 신속하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난감할 것 같아서 (공사를 설립해) 공사채를 발행해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사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시 이 대통령이 은행을 만들 경우 규제가 많은지를 묻자, 전 장관은 “(은행을 설립하면) BIS(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도 맞춰야 하고 여신·수신도 해야 하는데, 안정적으로 신속하게 투자재원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장관은 “통상적인 레버리지가 15배로, 3조 정도 공사채를 발행하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50조 정도의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기본적으로 은행은 대출 위주로 하다 보니까 사업 성격도 잘 안 맞는다”면서 “공사 같은 경우 훨씬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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