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플랫폼까지 참전…명품 중고패션 ‘매섭게’ 뜬다

롯데百 일부 점포서 팝업 스토어
‘시크’, 압구정 매장 리뉴얼 오픈
번개장터 명품 거래액 30% 증가
“합리적 소비 심리로 수요 확대”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이 서울 강남 언주로에서 운영하는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요새’ 1층 커뮤니티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연수 기자


명품 중고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매섭다. ‘동묘’나 ‘구제 골목’ 같은 익숙한 공간을 벗어난 프리미엄 빈티지샵이 인기를 끌면서 하나의 패션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일부 점포에서 프리미엄 빈티지샵 ‘브론즈윅’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경기 부천 중동점에 이어 이날엔 평촌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브론즈윅은 성수동에 있는 빈티지샵 브랜드다. 폴로 등 캐주얼 브랜드부터 버버리,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취급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칼하트,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 빈지티 제품 1만장이 판매된다. 모두 미국에서 직수입한 제품이다. 가격대는 5만~10만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은 일반적으로 한 계절 앞서 신상품을 진열하던 채널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런 백화점에서 빈티지 팝업스토어가 활발하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중고 명품 플랫폼도 거리로 나섰다. 크림(KREAM)의 자회사 ‘시크(CHIC)’는 12월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리뉴얼된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시크는 국내 1위 럭셔리 커뮤니티 ‘시크먼트’와 크림이 합작으로 만든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지분의 68.43%를 소유하고 있다. 시크는 2022년 론칭 이후 누적 거래액 25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세다.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거래액 2255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1545억원) 대비 46% 신장했다. 그동안 대형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출점하던 전략도 바꿨다. ‘근거리’ 명품 중고 매장을 목표로 올해 3개의 소형 매장을 열었다. 내년까지 20개 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명품 브랜드가 1년에만 2~3차례 가격을 올리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중고 명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기존 중고 명품 매장이 커뮤니티 중심의 ‘닫힌 구조’였다면, 최근 플랫폼들은 가격을 사전에 공개하면서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온라인 채널도 중고 명품 채널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번개장터의 올해(1~10월) 명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정품 판정 기술을 고도화한 것이 동력이 됐다. 지난 13일에는 민관협력 단체인 위조상품 유통방지협의회 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지식재산처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신사도 최근 ‘무신사 유즈드’를 론칭했다. 출범 직후 2주간 거래 신청자는 1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입고량은 6만점에 달한다. 10월 기준 무신사 유즈드의 거래액은 전월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업계는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의 계절’로 불리는 연말이지만, 불경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 1~3분기 패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4분기 실적마저 놓칠 수 없다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모든 유통업체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율을 역대 최대로 설정하는 등 패션 부문 실적 만회에 나선 상황”이라며 “중고 명품 패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3년 26조원, 2025년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이 중 5조원 정도가 의류 거래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개인의 취향과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Z세대 영향도 컸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62%), 40대(59%), 50대(51%) 순이었다. 응답자의 62%는 ‘요즘 사람들은 중고 의류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최근 온·오프라인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 명품 패션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접근하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채널 다변화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중고 명품 시장은 중고 거래의 하위 분야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부분으로 봐야 한다”며 “명품 브랜드 제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접근성이 떨어진 가운데 합리적 소비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수요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신현주·박연수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