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잃은 젤렌스키, 체제 중대 변화 불가피…“고통스러운 결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에 상당한 씁쓸함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4년간 우크라이나 명운을 건 결정을 함께 한 ‘분신’이자 ‘한 몸’과 같던 참모가 부패 스캔들로 사실상 낙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지탱하던 전시 체제에도 중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예르마크는 에너지 공기업의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하는 국가반부패국(NABU)이 본인을 의심하며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날 전격적으로 비서실장직을 내려놓았다.

예르마크는 2022년 2월24일 러시아 침공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저에서 함께 지내며 일한 최측근으로 통한다.

20여년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올레흐 리바추크는 “젤렌스키를 논하면 예르마크, 예르마크를 논하면 젤렌스키”라며 두 사람이 너무 가까워져 “하나가 됐다”고도 말한 바 있다.

예르마크는 평화 회담 주선부터 우크라이나 외교 정책 수립, 내각 인사 선발, 군사 작전 등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FT는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에서 전례 없는 영향력과 통제력을 축적하며 계엄령을 통해 권력 장악을 강화했다”며 “예르마크의 퇴진으로 젤렌스키의 리더십과 국가 운영 방식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측근을 향한 부패 수사 확산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결정’을 했다며, 다만 “예르마크 없이는 젤렌스키의 영향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실수하기를 매우 원하지만, 우리 쪽에서 그런 실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작업, 우리 투쟁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포기할 권리도, 물러설 권리도, 다툴 권리도 없다. 단결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우리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AP통신은 예르마크 비서실장의 사임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들과 서방 후원국들의 요구로 세워진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관 간 대립을 부각한다고 분석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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