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PU 급부상에 최대 수혜자는 ‘이 회사’

마이크론 밀리고 삼성·SK하이닉스 ‘양강 체제’ 전망
TPU 1개당 HBM 6∼8개 탑재돼 SK하이닉스 유리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에 몰두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가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헤럴드 DB]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의 부상으로 엔비디아가 독주해 온 인공지능(AI) 칩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TPU 1개당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6~8개 탑재돼 HBM 수요가 오히려 급증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 비해 막강한 캐파(생산능력)를 가지고 있어 엔비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3강 구도’와 달리 ‘2강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의 새 AI 모델 ‘제미나이3’가 챗GPT를 위협하는 성능을 보이면서, 이를 학습시킨 구글의 자체 AI 추론 칩인 TPU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플랫폼(메타)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TPU 구매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빅테크 업체들의 ‘탈(脫) 엔비디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TPU 수요가 증가하면, TPU 한 개에 6∼8개의 HBM이 탑재되는 점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GPU) 외에 새로운 수요처가 확보된다. 즉 TPU가 GPU 시장을 잠식하기보다 AI 가속기 시장 전체의 메모리 수요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GPU 단독으로는 급증하는 AI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어렵고, GPU와 TPU는 대체재가 아닌 상호 보완재로서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GPU는 다양한 AI 모델과 워크로드 처리가 가능한 범용 가속기인 반면, 구글 TPU는 주문형 반도체(ASIC)로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워크로드 처리에 특화된 칩이라 용도와 목적이 다르다”며 “AI 발전에 따라 엔비디아 GPU와 구글 TPU가 함께 성장하며 시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


이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글 TPU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구글 TPU 내 HBM 공급 비중을 SK하이닉스 56.6%, 삼성전자 43.4%로 추정했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 비중이 6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가 TPU 시장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은행 UBS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ASIC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급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최근 SK하이닉스가 구글과 브로드컴에 HBM3E(5세대)를 공급하는 ‘1순위 공급자’(No.1 supplier)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P·코드명 아이언우드)에 HBM3E 8단을 우선 공급사로 납품하고 있으며, 전력 효율을 개선한 7세대 개선제품(TPU 7e)에도 HBM3E 12단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진입한 삼성전자도 구글과 오랜 협력 관계를 토대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HBM에서 추가 수주가 점쳐진다.

차세대 HBM4(6세대)가 탑재되는 신규 TPU에서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우위가 예상된다.

업계가 TPU 시장에서 마이크론을 제외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를 전망하는 이유는 결국 ‘캐파’에 있다. 마이크론의 HBM 캐파(웨이퍼 기준)는 한국 업체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회사가 주력하는 엔비디아 외에 다른 ASIC 고객까지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HSBC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월 HBM 캐파(WPM·Wafer Per Month)는 각각 16만장, 15만장인 반면, 마이크론은 5만5000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3(4세대)를 건너뛰고 HBM3E에 진입한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의 관계에 집중해 왔다”며 “전체 생산 물량 대부분도 GPU 업체에 몰려 있어 다양한 고객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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