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지출 급증…체감물가 불안 고조
용량만 줄이는 꼼수 인상 집중 감시
가격 투명성 확보해 소비자권리 강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표면적인 물가 지표와 달리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장바구니 부담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먹거리 가격이 줄곧 상승하는 가운데 제품 용량 축소까지 확산하면 체감물가는 통계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추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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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치킨 가맹점에서 점주가 치킨을 튀기고 있다. [뉴시스] |
정부가 2일 발표한 ‘식품분야 용량꼼수(슈링크플레이션) 대응방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과 외식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먹거리 가격 변화가 곧바로 민생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의미다.
더구나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22.9%로, 전체 물가 상승(16.7%)보다 7.2%포인트나 높았다. 먹거리 물가 자체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 외식비에 대한 소비자 체감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문제는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만 줄이는 은밀한 가격 인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가공식품의 경우 단위 용량 기준 조사 방식 덕분에 슈링크플레이션이 통계상 물가 상승으로 일부 반영될 수 있으나, 규격화·계량이 어려운 품목은 물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겉으로는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유발한다.
물가가 안정됐다는 지표와 달리 소비자는 실제 지출 증가를 일상에서 바로 체감하게 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주권 침해 문제로도 이어진다. 용량 변화는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고, 알더라도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인용한 마크로밀엠브레인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의 81.3%는 용량 축소를 알아채기 어렵고, 67.8%는 “어쩔 수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 분야는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가공식품의 경우 중량을 5% 초과 축소하고 3개월 이상 고지하지 않으면 제재가 가능하지만, 외식·조리식품은 중량 표시 의무 자체가 없었다. 교촌치킨이 순살치킨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약 30% 줄였음에도 고지 의무가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식업체에서 제공되는 조리식품과 가맹점 공급 원육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가공식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외식 분야에도 중량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 첫 단계는 치킨 메뉴 대상 ‘조리 전 중량표시제’다.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1만2560개 매장을 대상으로, 메뉴판과 배달앱에 조리 전 총중량을 그램(g) 또는 호 단위로 명확히 표기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중량표시제는 우선 치킨 메뉴에 한정해 도입되며 이달 15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현장 적응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7월부터는 위반 시 제재를 본격 적용한다.
정부는 제도 정착 상황을 살피며 대상 품목 확대와 추가 제도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다. 중량감축 사실 고지 의무 부여, 전 외식 분야 중량 표시제 확대 등이 거론된다.
감시 체계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소비자단체가 분기별 표본 구매 비교조사를 실시하고, 용량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해 위반 행위를 상시 점검할 예정이다. 가공식품 분야에 대해서도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필요 시 시정명령 외 품목제조 중지 명령 등을 내려 제재 수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 관리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각오로 각별한 긴장감을 가지고 먹거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식품분야의 용량 꼼수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