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일 포함 8개국과 반도체·광물 공급망 강화 추진

AI 시대 ‘脫중국’ 가속…12일 백악관 첫 회의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마이클 델과 수전 델이 아이들을 위한 ‘트럼프 어카운트’에 종잣돈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62억5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중요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일본을 포함한 8개 동맹국과 새로운 협정 체계를 추진한다. 중국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축소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자원 연대를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제이컵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AI·반도체·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UAE, 호주 등과 새로운 협력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첫 회의는 오는 12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며, 에너지·핵심 광물·첨단 반도체·AI 인프라·물류 등 범위가 폭넓다.

헬버그 차관은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라며 “우리는 중국과 안정적 관계를 원하지만, 동시에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 기업들이 정치적·경제적 의존을 강요받지 않고 기술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리튬·코발트 등 주요 광물 확보를 목표로 ‘에너지 자원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출범했고, 바이든 전 행정부는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통해 개발도상국 광물 개발에 서방 자본과 기술을 유입시키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여전히 막강하며, 지난해 미·중 무역 긴장 국면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구상은 AI 관련 기술 전반과 관련 광물 생산국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고 헬버그 차관은 강조했다. 그는 “이 전략은 반(反)중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사실상 중국을 배제한 ‘AI·반도체 공급망 블록’을 구축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헬버그 차관은 내부 전문에서 “수십 년간 세계화가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지 못했고 핵심 공급망을 지키지도 못했다”며 “미국은 막대한 기술적 우위와 산업 기반을 활용해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규 공장 건설과 제조업 부활, 경제적 수단을 이용한 분쟁지역 안정화 등을 현 정부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36세로 국무부 핵심 경제·기술 정책을 총괄하게 된 헬버그 차관은 팔란티어의 CEO 고문과 미 의회·기술 리더 네트워크 ‘힐 앤 밸리 포럼’ 공동 창립자 출신으로, 미 행정부 내 ‘AI·첨단기술 강경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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