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남친 있다는 말에…” 중학생 2명 살해 ‘창원 흉기난동’ 처음부터 노렸나

3일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흉기 난동으로 중학생 2명과 피의자 등 3명이 숨지고 다른 중학생 1명이 크게 다친 사건과 관련해 계획범행 정황이 드러났다. 피의자인 20대 남성은 자신이 마음에 둔 여중생에게 연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범행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조건 만남’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4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20대 피의자 A 씨는 약 2주 전 피해자 B 양과 C 양(모두 중학생)을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됐다. 세 사람은 한 차례 만난 적도 있으며, 이후 A 씨는 B 양에게 호감을 보이며 계속 연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범행 당일인 3일 A 씨는 ‘B 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C 양으로부터 듣게 됐다.

이후 A 씨는 그 날 오후 2시43분께 사건이 벌어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모텔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후 곧바로 범행 장소인 모텔로 이동했다.

그리고 “할 이야기가 있다”며 B 양에게 연락해 불러냈다. B 양은 C 양과 함께 모텔로 갔다. B·C 양은 오후 4시 24분께 모텔 입구에서 A 씨를 만나 함께 객실로 올라갔다.

모텔 객실에서 A 씨는 C 양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달라고 해 C 양은 문밖으로 나왔다.

이후 객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리자 불안을 느낀 C 양은 D·E 군(모두 중학생)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D·E 군이 모텔에 들어간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 모텔은 정문에는 CCTV가 있지만 D·E 군이 들어간 후문에는 CCTV가 없다.

A 씨는 이후 문을 열어준 뒤 C 양 등을 안으로 들였고 시비가 붙자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B 양은 112에 전화해 신고했다. 별다른 신고 내용을 알리지 않았지만, 범행 상황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 경찰에 전달됐다고 한다. 경찰은 고함과 함께 “하지 마”라는 소리를 듣고 긴급상황으로 판단,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이후 C 양도 경찰에 신고해 모텔 위치를 알려줬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모텔 건물 앞에 A 씨가 추락한 상태였으며 모텔 화장실 내부에서 B 양과 D·E 군이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 4명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 씨, B 양, D 군은 숨졌다. E 군은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C 양은 다치지 않았다.

경찰은 C 양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C 양에게서 ‘B 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고 A 씨가 격분해 범행한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숨진 이들을 부검하는 한편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으로 정확한 사망 원인과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중학생 무리가 여중생을 앞세워 ‘조건만남’(성매매)인 것처럼 남성을 유도한 뒤 협박해 금전을 뜯어내는 범행을 하려다 되레 당한 것 아니냐는 추정을 제기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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