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선두 북유럽에 잇단 납품…K-전력기기 ‘친환경 바람’

HD현대일렉, 덴마크에 GIS 공급
효성重 GIS 개발·LS일렉 수출 타진
노후전력설비 대체 유럽시장서 선전



유럽 전력망의 대대적인 교체와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변압기 3사(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가 저탄소 기술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50 넷제로(탄소중립) 목표 아래 노후 전력설비 교체가 불가피해진 유럽 시장에서, 국내 기업 간 친환경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HD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덴마크 안델 그룹의 자회사 넥셀과 지역 전력망 업그레이드 사업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하고, 대형 변전소에 온실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육불화항 프리 고압차단기(SF6-Free GIS·사진)’를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비공개다. 해당 설비는 내년 하반기 중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며, 추가 GIS 공급 옵션도 있어 협력 확대 가능성도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친환경 GIS 수출은 올해만 스웨덴과 핀란드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 변압기 3사 가운데 국내용(170kV급) 외에 해외 수출용인 145kV(킬로볼트)급 친환경 GIS를 양산하는 곳은 HD현대일렉트릭뿐이다.

SF6는 지난 50여 년간 고압차단기의 대표적인 절연용 가스로 사용돼 왔으나,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 대비 2만배 이상인 대표적 온실가스로 꼽힌다.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체 기술 확보는 전력기기 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3사는 이런 흐름에 따라 친환경 기술과 글로벌 인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럽 전력망의 약 40%는 40년이 넘은 노후설비다. 여기에 각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전력망 강화가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변압기와 GIS는 차세대 전력 인프라 전환의 핵심 장비로 평가된다.

각사는 크게 ▷친환경 GIS 개발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등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변압기 분야에서는 세 회사 모두 기존 광물성 절연유를 식물성 기반 오일로 대체한 친환경 변압기를 개발해 국내 및 유럽 등 공급 중이다.

친환경 GIS 분야에서는 효성중공업이 지난 9월 C4-FN 혼합가스를 적용한 SF6-프리 GIS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 전력망 운영기관의 탄소중립 실현과 배출가스 감축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이다. C4-FN 혼합가스는 SF6와 동등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영향을 약 98%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절연가스로, 가스 생산·장비 제작·소재 사용 등 전 과정 기준 환경 영향이 가장 낮은 기술로 평가된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국내에서 170kV 고압차단기에 C4-FN 혼합가스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했고, 이 기술을 2026년 145kV 고압차단기, 2030년 800kV 초고압차단기 등 모든 GIS 제품군에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배전 변압기 분야에서 성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배전 몰드변압기가 유럽 친환경 인증 ‘환경성적표지(EPD)’를 취득하며, 현지 배전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었다. EPD 인증은 제품의 원재료·제조·운송·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정량 평가하는 기준으로, 유럽 시장에서 환경 성능이 수입 규제에 직접 반영된다는 점에서 핵심 요소로 꼽힌다. 배전 몰드변압기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EPD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S일렉트릭은 해당 인증을 계기로 유럽에서 토탈 배전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배전 변압기 시장은 2025년 69억9000만달러(약 10조3256억원) 규모에서 2030년 94억5000만달러(약 13조9595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GIS의 경우 현재 국내 계통용으로 만들어놨지만 발주를 받으면 개량해 수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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