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뚫고 아기 살린 뒤 쓰러졌다”…영웅이 된 필리핀 가사도우미

생후 3개월 아기 젖은 담요로 감싸 구조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로도라 알카라즈 [SCMP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홍콩 화재참사’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3개월 된 아기를 멀쩡히 살리고 본인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의 로도라 알카라즈(27·여)는 지난달 25일 홍콩에 도착해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내 한 가정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26일 해당 아파트에서 일을 하다 화재 참사에 휩싸이게 됐다. 당시 자신이 일하는 집의 집주인 여성과 3개월 된 아기가 집 안에 함께 있었다.

화마가 집어삼킨 아파트에 3시간 가량 갇혀 있었던 로도라는 불길을 뚫고 탈출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에 젖은 담요로 아기를 감싸 안은 채로 탈출을 시도했고, 가까스로 아파트를 빠져나와 의식을 잃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했다.

로도라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는 구조대에 이송될 당시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중환자실에 옮겨져 의식을 되찾았다. 다만 목 부위 등을 크게 다쳐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없으며 굳은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는 심각한 상태여서 여전히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그는 화재 연기가 목 안에서 마치 독처럼 타고 내려갔다고 지인들에게 설명했다.

함께 있었던 집주인 여성도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로도라는 어린 10대 남동생이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돈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갖고 홍콩에 왔다고 한다. 이전에도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카타르에서 몇 년간 일한 적 있다고 알려졌다. 고향에는 자신의 다섯 살배기 아이도 있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홍콩에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필리핀 현지에서 그가 영웅으로 떠오르며 유명해졌다고 SCMP는 보도했다.

한편, 홍콩 당국은 이번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에 대해 총 80만홍콩달러(약 1억5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77년만의 최악의 화재 참사’라는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기준 159명이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1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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