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줄줄이 불참…CES 러시 한풀 꺾였네 [비즈360]

SK·HD현대 불참…두산은 격년 참여
새로운 비전 제시 부담·경영현안 산적
주요 그룹 총수 현장 참관 여부는 관심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CES 개막 준비가 이뤄지고 있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한영대 기자] 국내 조선, 철강, 정유, 화학 등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들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6’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참석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ES의 주인공으로 꼽힌 전자·모빌리티 기업도 부스 규모를 축소하는 등 CES 전략을 바꾸는 가운데, 조선·중공업 기업 등도 아예 부스를 꾸리지 않는 등 몇 년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 HD현대 등은 내년 1월 6일~9일 열리는 ‘CES 2026’에 불참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혁신 기술의 각축장’으로 여겨지던 CES의 위상이 예전 같지 못해 줄줄이 참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2019년 처음 SK하이닉스·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3개사가 참여한 그룹 공동부스를 꾸렸고,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에도 공동부스로 참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1월 8일(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

올해 초 행사에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엔무브 등 4개 계열사가 공동 전시관을 꾸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부터 AI 서비스, 에코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당시 전시관에 설치된 SKC의 유리기판을 성공적으로 판매했다고 발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공동 전시관 대신 SK하이닉스가 비즈니스 미팅룸과 프라이빗 전시존을 따로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그룹은 지난 2022년 CES에 첫 참가해 3년 연속 참가한 바 있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 행사에도 부스를 꾸리지 않는다. 앞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CES 2023 당시 개막 전날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CES 2024에서는 전시의 포문을 여는 키노트 무대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바다에 이어 육상 인프라로 확장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불참 이유 중에는 다시 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후장대 기업은 업종 특성상 CES에서 대대적으로 선보일 신기술을 매년 선보이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집중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HD현대의 경우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발한 만큼 조직 안정화에 나서야 하며,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등을 위한 글로벌 협력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CES 2026 혁신상’에서 AI 부문 최고혁신상과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스캔앤고’. [두산 제공]

두산그룹의 경우 이런 점을 고려해 2020년부터 ‘격년 참석’으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두산그룹은 내년 행사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등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부스를 꾸리고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두산밥캣은 CES 미디어데이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미디어데이는 CES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들의 신제품과 향후 사업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이다. 두산밥캣은 미디어데이에서 무인 기술이 접목된 건설기계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두산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화두인 만큼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피지컬 AI(물리적 형태를 가진 시스템에서 구현되는 AI)’ 역량 소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두산로보틱스의 AI 기반 로봇 솔루션인 ‘스캔앤고’가 대표적이다. CES 혁신상을 받은 스캔앤고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RM)이 결합된 플랫폼에 물리정보 기반 AI 등을 적용해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

다만 향후 CES에서는 다른 그룹도 몇년간 휴식기를 뒀다가 참석하는 등 복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공업도 친환경·IT 등 트렌드를 접목하며 관련 기술력 확보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 CES에 주요 그룹 총수들의 참석 여부도 관심이다. 각 기업이 부스에는 다소 힘을 뺐더라도, 여전히 세계 기술의 격전지인데다가 중요한 만남이 성사되는 비즈니스의 장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최근 3년 연속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년에도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재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밖에 주요그룹 오너 일가 중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도 올해 CES 현장에서 미래 기술을 살펴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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