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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쇠락해가던 스페인의 한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계자 프랭크 게리가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AP] |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쇠락해가던 스페인의 한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계자 프랭크 게리가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외신은 게리가 짧은 호흡기 질환을 앓은 끝에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샌타모니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게리 파트너스 LLP 관계자는 그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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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AP] |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게리는 1947년 미국 LA로 이주한 뒤, 기존 건축의 통념을 깨는 파격적인 설계로 현대 건축의 흐름을 바꾼 거장이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대표작은 1997년 개관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티타늄 패널로 뒤덮인 이 건물은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거나 꽃이 피어나는 듯한 파격적인 외관으로 “건축이라기보다 거대한 조각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미술관 하나로 쇠락해가던 공업 도시 빌바오가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로 부활하자, 건축물이 도시 경쟁력을 살리는 현상을 뜻하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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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소재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AFP] |
NYT는 이에 대해 “땅속에서 솟아오른 듯한 은빛 형상의 조화는 감정적으로 충만한 새로운 건축의 도래를 알렸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그는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프라하 댄싱하우스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랜드마크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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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쇠락해가던 스페인의 한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계자 프랭크 게리가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AP] |
게리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는 유년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의 철물점에서 나사와 볼트, 공구를 가지고 놀던 경험은 훗날 그가 체인 링크 펜스나 골판지 같은 투박한 산업 재료를 건축에 과감히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외할머니가 욕조에 풀어놓은 잉어를 관찰하며 느꼈던 생동감은 그의 건축물 특유의 유려한 곡선과 물고기 모티프로 발현됐다.
그는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야간 학교를 다니다 도예 수업을 통해 건축에 눈을 떴고,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한 뒤 자신만의 해체주의적 건축 언어를 확립해 나갔다.
프랭크 게리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2년 방한 당시 종묘를 방문해 “이같이 장엄한 공간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이런 건물이 있다는 걸 감사해야한다”고도 했다. 또한 당시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청자와 백자를 관람한 뒤 “수세기가 지나도 느낌이 전달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건축도 이래야 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의 한국 내 대표작은 2019년 서울 청담동에 들어선 ‘루이비통 메종 서울’이다. 게리는 설계 당시 수원화성의 견고함과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적인 유리 곡선으로 재해석해냈다.
그는 80대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건축계의 슈퍼스타로 군림했으나, 비판적 시각도 존재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건축물이 기능성보다 외관의 화려함에 치중해 주변 환경과 부조화를 이룬다거나, 지나치게 과시적이라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 미술 평론가 할 포스터는 그의 후기작들이 “관광객 유치만을 위한 스펙터클형 건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가의 열정이 보는 이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걸작이 된다”던 그의 지론처럼, 프랭크 게리가 남긴 은빛 곡선의 건축물들은 여전히 전 세계인들에게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