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나 쿠팡 끊고 싶은데” 분노와 불편 갈래에 선 소비자 [세상&]

잇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쿠팡에서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해킹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입주현황판과 쿠팡에서 고객들에게 보낸 개인정보 노출 통지 안내문이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자 이용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일부 소비자들은 탈퇴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소비 생활 전반이 쿠팡에 맞춰져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정보가 유출됐다는 문자를 받은 뒤 비밀번호는 바로 바꿨고, 인증되지 않은 기기의 로그인도 전부 해제했다”라며 “화가 나지만 정보 유출 사고가 하도 자주 일어나다 보니 회원 탈퇴까지는 고민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서비스의 편의성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이 씨는 “정보가 유출돼도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가 없다”라며 “로켓배송부터 배달까지 연계된 서비스 때문에 쿠팡 없는 일상이 너무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강조해 온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이런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직장인 김은혜(40) 씨는 “와우 회원(유료 멤버십 회원)은 30일 동안 무료 반품이 되는데, 단순 변심이든 실물 차이든 부담 없이 반품할 수 있어 멤버십을 끊지 못해 왔다”라며 “워킹맘이다 보니 장을 보거나 급한 물건을 살 때 쿠팡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식품 사막’이라 불리는 도서·산간 지역에서의 새벽 배송 서비스도 이탈을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쿠팡은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넓히며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생활권)’을 확장해 왔다. 제주 등 새벽 배송과 무료배송 인프라가 약한 지역에서는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고에 소비자 경각심이 약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계속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이번에 유출된 이름이나 주소 같은 정보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임에도 무덤덤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출 사고 발생 시 개인에 대한 기업 차원의 피해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사건 수사와 2차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 기업 보안 사고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쿠팡 측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확인했다는 신고를 받고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이어 25일 고소장을 받고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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