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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4월 마약거래 단속을 무마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미국으로 압송되고 있다.[EPA]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남미의 마약 연루 대통령 2명의 처지가 ‘극과 극’으로 갈라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금을 울린 간절한 편지 4장이 있었다.
남미의 카르텔(마약 조직)로부터 미국으로 흘러드는 마약으로 고민중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카르텔을 묵인하는 남미 정권들과도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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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군이 마약과의 전쟁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지상작전을 시사한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집회에 참석한 수천 명의 지지자들에게 “노예의 평화”를 원치 않는다며 미군 배치를 규탄했다.[AFP] |
첫 타자는 베네수엘라다. 미국은 마약 카르텔과의 유착을 비롯해 부정선거 등으로 사실상 독재정권을 이어오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현상금까지 걸었다. 2만5000달러로 시작한 현상금은 올해 5만달러로 상향됐다. 지난 9월부터는 미군이 마약 운반선이라며 카리브해상에서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연달아 격침했다. 생존자에게 2차 총격까지 가해 선박 탑승 인원 전원을 사살한 작전을 두고 ‘전쟁 범죄’ 논란까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않고 베네수엘라 지상 작전을 준비중이다. 지난 주말에는 마두로 대통령과 통화하며 모든 것을 버리고 망명하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고 전해졌다.
반면 2022년 수갑을 차고 미국으로 압송되는 ‘굴욕’까지 겪었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그를 사면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깊이 존경하는 많은 사람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매우 가혹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며 “(그에게) 완전한 사면을 내릴 것”이라 게시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 사면 방침은 미국 내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트럼프 1기 집권때 온두라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겉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에 협력하는 것처럼 행동을 취했다. 그러나 온두라스의 의회 의원 시절부터 마약 카르텔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고, 카르텔이 미국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것을 도왔다는 혐의가 나왔다. 2014년 대통령 연임에 성공한 이후 공무원들과 군의 마약 밀매 단속을 무마하는 대가로 카르텔에 뒷돈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그를 압송하면서 미국 마약단속국은 그의 묵인 내지는 협력으로 미국에 밀반입된 코카인이 550t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그가 뉴욕에서 재판 받는 과정에서 그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와 증언도 나왔고, 그가 사석에서 “미국 놈들(gringo)의 코에 코카인을 쳐넣겠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해 45년형을 선고받고,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교도소에서 복역중이었다.
이런 그를 사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파와 좌파, 혹은 친미(親美)와 반미(反美)의 차이라 분석했다. 온두라스는 미국과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에르난데스가 우파 성향인터라 트럼프 대통령이 ‘우군’이라 판단해 범죄 혐의를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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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연루 혐의로 미국에서 45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구명을 요청하며 보냈다는 편지.[WSJ] |
그러나 트럼프가 에르난데스를 사면한 결정적인 계기는 ‘편지 4장’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르난데스가 직접 쓴 4장의 편지가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편지는 워싱턴D.C. 정가의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 회람될 정도로 화제였다고 전해졌다. 트럼프가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트럼프 로비용으로 ‘정석’인 편지라는 것이다.
편지에서 에르난데스는 트럼프를 찬양하고 트럼프에 아첨하면서, 자신은 트럼프를 연구하면서 힘을 얻었다고 서술했다. 특히 에르난데스는 트럼프처럼 자신도 ‘법률전쟁(Lawfare)’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트럼프의 입장이 크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난데스에 대한 형사 사건이 전임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의 끔찍한 마녀사냥”이라며 사건 자체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도 바이든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사법 보복’의 희생자였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에르난데스가 동병상련을 호소하면서 구명을 요청하는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에르난데스의 사면을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서반구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대상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로 고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분석가는 WSJ에 “트럼프는 승자와 패자를 직접 고르고 있으며, 그 승자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처럼 자신의 친구이거나 이념적 동지들”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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