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드맵 서둘러야 기업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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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LG화학 공장 등이 입주한 여수 석유화학단지.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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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에 요구한 사업 재편안 제출 연말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지원 연구는 반 년째 공회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말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 용역에 대한 세 번째 공고를 냈다. 해당 연구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말까지 제출할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감축과 연계할 계획으로 지난 8월 총 예산 4000만원 규모로 처음 나왔다.
정부는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석유화학들의 고부가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입찰에 참여하려는 단체가 없어 연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가 발주하는 용역은 최소 두 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해 경쟁 입찰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연구 용역의 경우 통상 대학교 산하 연구소나 민간 컨설팅 업체 등이 참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첫 번째 공고엔 입찰에 참여한 단체가 없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에는 한 곳만 참여해 경쟁 입찰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 및 업계에선 정부 용역 규모 자체가 지나치게 작아 연구단체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 소속 석유화학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적인 위기인 상황에서, 수천만원 규모 사업으로 묘책을 찾을 수는 없다”며 “연구에 착수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용역”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우선 기업들이 전력투구해 스페셜티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뒤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가 발표하기로 한 석유화학 R&D(연구·개발) 로드맵도 밀리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0월 보도자료를 내고, 11월까지 석유화학 산업 고부가 전환을 위한 R&D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로드맵이 나온 후에는 대규모 예비 타당성 조사 사업을 거쳐 기업들의 고부가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석유화학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한 연구 및 지원 방안이 모두 늦어지며 기업들 사이에선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은 구조조정과 맞물린 사업 재편의 한 축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 위기가 중국발 범용 제품 공급과잉에서 시작된만큼, 국내 기업들로선 기술력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도 시급하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기업이 먼저 사업재편안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필요한 금융이나 R&D 등을 제공하겠다는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R&D 로드맵부터 나와야 기업들이 고부가 제품 전환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석유화학 기업들에 제시한 최대 370만t 규모의 사업재편안 제출 기한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협상은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산업단지 소재 공장 통합 재편안이 유일하게 제출됐다. LG화학과 GS칼텍스도 여수 단지 NCC 통합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산업단지 내 SK지오센트릭, S-OIL(에쓰오일), 대한유화 3사도 외부 컨설팅을 받는 중이다.
박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