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SDV 페이스카 마일스톤될 것”
정의선 “자율주행,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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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티투닷의 아트리아AI 실험주행 영상. [포티투닷 유튜브 갈무리]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8월 자율주행 기술을 총망라한 ‘소프트웨어중심차(SDV) 페이스카’ 공개를 앞두고 자율주행 기술 현주소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최근 테슬라가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도입한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기술 양산화를 위한 잰걸음을 이어가면서 업체 간 자율주행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정의선 회장이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격차보다 안전”이라고 강조한 만큼, 속도전 양상이 아닌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은 최근 자율주행 담당 인공지능(AI)인 ‘아트리아 AI’의 실험주행 영상을 공개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페이스카 공개를 예고했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기술들이 총 망라되어 나오는 첫 차량이 SDV 페이스카로, 오는 8월을 마일스톤으로 지난 3년 남짓 달려왔다”며 “오는 3월 초까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리아AI는 포티투닷이 개발한 ‘엔드 투 엔드(E2E)’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다. 엔드 투 엔드란 AI가 인간이 만든 규칙을 단계별로 처리하는 대신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하고 알아서 주행까지 해낸다는 의미다. 또한, 아트리아AI는 고정밀위성위치정보(GPS RTK)나 HD맵 대신 카메라 8대를 사용해 주행해, 자율주행 선도 업체인 테슬라가 적용하고 있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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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포티투닷이 공개한 영상에서 현대차 아이오닉6 기반의 시험차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상태로도 좌회전, 정차, 차로 변경 등을 해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하 주차장과 야외 주차장에서는 차량과 보행자를 인식하고 스스로 회피한 뒤, 빈 공간에 주차했다.
이번 영상은 지난 3월 현대차그룹 개발자 컨퍼런스 ‘플레오스 255’에서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에는 일반도로가 아닌 연구소 내부에서 자동차, 보행자 등을 회피하는 과정이 담겼다.
포티투닷이 자율주행 기술 관련 영상을 공개한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달 초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사임했다. 송 전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인수한 뒤,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을 총괄해 왔다. 송 전 사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경쟁사 대비 한발 늦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 탓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테슬라 등 경쟁사의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의 감독형 FSD가 서울, 부산 등 복잡한 도로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능숙하게 주행하는 모습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지난 10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도 주행할 수 있는 ‘슈퍼크루즈’ 기술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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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규격의 시제품 테슬라 차량이 국내 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X 갈무리] |
현대차그룹은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안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와 GM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국내 자율주행 경쟁에서 한발 앞서 상용화에 나섰지만, 운전자의 전방 주시 소홀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저희가 (자율주행 상용화가) 늦은 편이 있고, 중국 업체와 테슬라가 잘하고 있어 격차가 조금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에 좀 더 포커스를 두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국내의 까다로운 안전 규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선도업체 대비 1년에서 1년 반가량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며 “선도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독차지할 우려가 있는 만큼,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빠른 시장 진입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