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이정도 위험?”…호주, 내일부터 세계최초 16세미만 금지

스마트폰·SNS 보급 이후 10대 우울증·자살률 급등
온라인 괴롭힘 경험 57%…자살·자해 메시지도 13%
하이트 교수 “소셜미디어가 성장경험 차단”…호주 규제 촉발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난해 1월,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14세 소년 올리 휴즈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피트니스에 관심 많던 올리는 2023년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 노출되면서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자기혐오에 빠졌고, 거식증으로 몸무게가 74㎏에서 40㎏대로 급감했다.

온라인에서는 괴롭힘을 당했고, 스냅챗에서는 친구들로부터 “자살하라”는 메시지까지 받았다.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음식을 먹은 자신을 벌주겠다’며 자해를 반복하다 결국 비극을 맞았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 미아 배니스터는 소셜미디어 기록을 확인한 뒤 충격에 빠졌고, 미성년자 SNS 사용 제한 운동에 뛰어들었다. 배니스터와 같은 부모들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법이 제정돼 오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는 AFP통신에 “올리는 제게 전부였다”며 “이 법이 1년만 일찍 시행됐어도 아이가 살아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미성년자 SNS 차단에 나선 배경에는 올리의 사례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이 겪는 온라인 위험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현실이 있다.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 기관 ‘e세이프티(eSafety)’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3~15세 가운데 57%가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했고, 13%는 자살·자해 메시지를 직접 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여러 연구 결과 소셜미디어가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이 차츰 드러나면서 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미국에서 12∼17세 중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여학생은 145%, 남학생은 161% 각각 치솟았다.

또 같은 기간 미국 10∼14세의 자살률은 여학생은 167%, 남학생은 91% 각각 급등했다.

이런 기현상의 배경은 전면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보급이라고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진단했다.

하이트 교수가 지난해 이런 연구 결과를 모아 펴낸 책 ‘불안 세대’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하이트 교수는 과거 놀이를 통해 또래와 어울리며 자라던 아동·청소년들이 이제 스마트폰에 빠지면서 성장 경험을 차단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평균적인 10대가 휴대전화 등 화면에 쓰는 시간이 하루 7시간 이상으로 불어난 데 비해 친구와 대면 활동하는 시간은 2012년 하루 122분에서 2019년 67분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제 미성년자들은 끊임없이 뜨는 메시지와 푸시 알람에 정신을 빼앗기면서 주변 사람들과 연결이 차단된 채 고립감, 외로움, 불안, 우울증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하이트 교수는 이런 상황의 대책으로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 차단 등을 제시했고, 피터 멀리나우스커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A)주 주총리의 아내는 지난해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멀리나우스커스 주총리는 블룸버그 통신에 “집에서 아내가 책을 (읽다가) 내려놓고 ‘이 문제에 대해 뭔가 해야 해’라고 말했다”면서 “그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즉각 주 차원의 소셜미디어 이용 연령 제한 추진에 나섰고, 배니스터 같은 부모들의 지지로 지난해 11월 호주 연방정부 차원의 법이 통과되는 초고속 개혁이 성사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7월 성명에서 “호주 아이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난 6일에도 “이번 (소셜미디어 16세 미만 차단) 조치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사회·문화적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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