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10곳 중 6곳 “중처법 시행 경영부담”…차등규제 절실

메인비즈協, 396개사 설문조사
안전보건 조직·인력확보 10%도 안돼
74% “안전비용, 납품단가에 반영못해”
규모·업종·위험도 따른 맞춤규제 요구


중소기업 61.2%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경영상 부담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7개 중소기업협·단체가 국회 본관 앞에서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중기중앙회 제공]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상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반면, 실제 이행을 위한 조직·인력·예산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 가운데 법 대응 조직과 인력을 갖춘 기업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안전관리 비용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는 메인비즈기업 36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인식 및 대응 실태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95.9%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의무 조항까지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4%에 그쳤다. 법에 대한 인지도와 실제 이행 역량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법 시행 이후 경영상 부담이 커졌다고 응답한 기업은 61.2%로 집계됐다. 특히 영세 기업과 비제조업 기업일수록 부담이 더 크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보수적 경영 기조 강화, 투자 위축, 사법 리스크 증가 등 부정적 영향도 함께 나타났다.

안전관리 체계 구축 수준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 전담조직과 전담 인력을 모두 갖춘 기업은 7.6%에 불과했으며, 대다수 기업은 기본 매뉴얼만 갖추거나 기존 직원이 안전 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도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응답 기업의 74.6%는 안전관리 비용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는 대표이사 형사처벌(64.0%)을 꼽았다.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 과제로 안전보건 투자에 대한 재정지원(66.4%), 세제 혜택, 맞춤형 컨설팅 지원 등을 요구했다.

메인비즈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관리 체계조차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 확인됐다”며 “기업 규모와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제도가 대기업 중심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인력·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핵심 개선 방향 5가지도 제시했다. 협회는 “규모·업종·위험도에 따른 맞춤형·차등형 규제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정·세제·전문인력 지원을 연계한 패키지형 안전 지원 체계 구축을 통해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안전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인비즈협회는 “중대재해 예방의 실질적 성과는 현장의 실행 가능성에서 출발한다”며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조사·분석과 지원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제도 보완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표이사 처벌 완화나 적용 제외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초 의도와 달리 ‘처벌 중심 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상당수 중소기업은 사고 예방 투자보다도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서류 정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안전은 강화하되, 기업이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대의와 중소기업의 현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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