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개 법안 중 ‘가맹사업법’ 제외 폐기
의사1 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 발언권을 뺏기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토론자가 얼굴을 붉히는 촌극을 빚은 채 정기국회가 종료됐다. 여야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합의 처리한 법안을 놓고도 정쟁을 벌이면서 쟁점이 없는 법안 50여건의 연내 처리도 어려워졌다. 여당이 사법개혁, 가짜정보근절, 필리버스터 제한법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인 만큼 12월 임시국회는 ‘필리버스터 정국’이 될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맹사업법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던 법안 중 하나로, 여야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합의 처리한 민생법안으로 꼽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을 비롯해 비쟁점 법안까지 ‘모든 법안’에 맞선다는 국민의힘 방침에 따라 가맹사업법도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국민의힘은 가맹사업법에 관해서는 찬성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이렇게 무도하게 의회를 깔고 앉아서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운을 뗐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끄는 과정에서 여야는 ‘우미애’(우원식+추미애), “빠루나 들고와라” 등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충돌을 빚었다.
결국 정기국회 마지막 날 상정됐던 59개 법안 중 가맹사업법을 제외한 58개 법안은 고스란히 폐기됐다. 비쟁점 법안이지만 12월 임시회 중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8대 악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탓이다. 한 당 관계자는 “법안들을 그대로 올리면 58박 59일간 본회의가 열리고,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통과된 법들도 정부로 이송되지 못하고 묶이게 된다”며 “법안을 끊어서 상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11~14일과 21~24일에 각각 본회의를 열고 쟁점 법안을 서너개씩 끊어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는 쟁점 법안은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사건을 전담하는 1심과 2심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설치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사법개혁 일환으로 사실 관계와 달리 판결·수사한 판사·검사를 처벌하겠다는 법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을 비롯해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가 범한 모든 범죄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과 대법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도 연내 추진 대상 법안이다.
또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때 국회의원 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 필리버스터 제한법(국회법 개정안)과 가짜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있다.
다만 쟁점 법안의 최종 내용과 처리 순서를 놓고 변동 가능성도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당내 비판 목소리에 따라 외부 법률 자문을 받아 수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제한법은 국민의힘이 “소수 야당의 유일한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하는 법”이라고 반발하는 데다 조국혁신당도 필리버스터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주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