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가이드라인 점진적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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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강의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지난 중간고사 기간 불거진 ‘AI(인공지능) 부정행위 논란’ 여파가 기말고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AI 활용이 보편화된 만큼 평가 기준을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주요 대학들은 AI 부정행위 방지 대책에 대해 고심 중이다. 최근 고려대학교는 전면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기말고사 기간에 맞춰 비대면 시험 가이드라인도 새롭게 준비 중이다. 일부 과목에서는 실시간 화상 감독을 의무화하고, 시험 중 화면과 주변 환경이 확인되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라는 지침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학교 역시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기적으로 보완해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온라인 중간고사 시험 등에서 AI를 이용한 답안을 제출했다가 부정행위로 적발된 사례가 잇따랐다. 연세대학교 교양과목 ‘자연어 처리와 챗GPT’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제를 푼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대학교에서도 교양과목 ‘통계학 실험’의 교수가 중간고사 답안지 일부에서 AI를 부정 이용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정행위 단속을 위한 AI 허용 범위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생 A(22)씨는 “AI 표절률 탐지 검사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라며 “애매한 기준 때문에 자칫 부정 행위자라고 억울하게 의심받을까 우려되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재학생 B(23)씨는 “AI 대중화 이후 부정행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도적인 변화와 교육 과정 및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래밍 과목 등 시험 중 컴퓨터의 활용이 필수적인 과목에서는 작업표시줄을 항상 띄워두도록 하거나, 비대면 온라인 시험에서는 카메라를 켜고 시험 전후 책상을 인증하는 등 더 철저한 시험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허수진(24)씨도 “수강생들은 일부 학생들의 부정행위로 인해 기존 시험 방식의 편의성이 훼손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고, 적발된 학생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강하게 형성돼있다”라면서 “대형 강의의 경우 향후 수업 규모 재조정 및 과목 개설 확대, 평가 방식 다양화 등 구조적인 개선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비대면 시험을 치르면서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대형 강의는 일일이 부정 행위자를 잡기도 어려운데 나만 양심적으로 행동하면 오히려 손해인 기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교수들은 기존 시험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평가가 어렵다는 데 공감하지만, 단기간에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교수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 ‘거벽(대리 응시 전문가)’이 존재했던 것처럼 부정행위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기술 발전에 따라 부정행위의 수단이 바뀐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라는 새 도구의 등장에 맞춰 향후 시험 평가 기준도 계속 손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교수는 “이미 수업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도구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라며 “AI 자체를 부정행위로 규정하기보다는 투명하고 명확한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학가에서도 당장 실효성 있는 부정행위 단절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내 지침도 중요하지만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양심도 중요하다”라며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지만, 차차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