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계유산 500m 규제 의무화, ‘강북죽이기 법’”

국가유산청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우려
“행정 편의적 이중 규제…중앙정부 ‘사전허가제’
6개 자치구·38개 구역 정비사업 차질
공사 지연돼 주민 재산권 위협받을 것”


서울 종묘와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4구역. [연합]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시는 ‘세계유산 반경 500m 내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화’를 규정한 국가유산청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개정안에 담긴 세계유산 보존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존 도시계획 체계와 충돌하는 ‘과잉 중복 규제’이자 사실상 중앙정부의 ‘사전 허가제’라고 지적했다.

시는 높이·경관 등 이미 촘촘하게 운영 중인 ‘도시 관리 시스템’에 ‘500m 이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획일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이중 규제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시는 또 세운4구역처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비계획 고시된 사업에 새로운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률상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로 ‘절대 불가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는 이해하지만 ‘세계유산 보호’는 물리적 보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유산 보호 인식과 지역 지지가 병행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해당 권고가 국내 법적 절차와 주민들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나 이번 규제 신설로 광범위한 지역이 묶이게 되면서 주택 공급 지연, 투자 위축 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도시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강북 죽이기 법’이라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준비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업은 6개 구에 있는 약 38개 구역이다. 세운지구 2~5구역 포함 이문 3구역, 장위 11구역, 장위 15구역 등 강북 지역 재건축·재정비 촉진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 있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규제로 인해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 그동안 재정비를 기다려 온 주민들은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노후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등 삶의 질 또한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 현장에서 규제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막대한 이자와 공사비 증액분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인 원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시민들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에 낙후를 가져온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유산을 보호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행령 개정안의 영향을 면면이 따져 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이 마련되도록 지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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