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거장 롭-미셸 라이너 부부
14일 자택서 피살된 채 발견…아들이 용의자
마약 중독 아들과 자전적 영화 ‘찰리’ 함께 만들기도
할리우드 대표적 反트럼프 인사…트럼프 “그의 편집증 정점에 도달” 조롱
![]() |
| 지난 9월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참석한 롭(왼쪽부터)과 미셸 라이너 감독 부부와 자녀들의 모습. 오른쪽에서 세번째 인물이 라이너 부부의 아들이자 용의자인 닉 라이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할리우드의 유명감독 부부인 롭(78)과 미셸 싱어 라이너(68)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택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이 용의자로 이들의 아들인 닉 라이너를 지목한 가운데, 닉은 10대 시절부터 마약 중독으로 재활센터와 노숙 생활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30분쯤 의료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로스앤젤레스 소방국 대원들이 LA 브렌트우드에 있는 라이너 부부의 자택에서 두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다. 둘은 흉기에 찔려 숨진 상태였다. 사건을 맡은 LAPD 강력범죄수사과는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 닉(32)을 체포했다.
약물 중독에서 회복한 뒤에는 자신의 중독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썼다. 이 작품은 라이너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15년 개봉하기도 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진 성공한 배우와 마약 중독에 빠진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닉은 이 작품을 계기로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장기 동안 아버지와 “유대감을 많이 형성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중독으로 고생하던 시절 부모가 자신을 보내려고 한 재활 시설에 가지 않으려고 노숙을 택했다는 고백과 함께 길거리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에서 라이너 감독은 닉이 마약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아들의 얘기보다 재활 상담사들의 조언을 더 중시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절망적이었고, 벽에 학위증이 걸려 있는 사람들 말을 들었다. 그때 아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롭과 닉 부자는 당시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한듯 보였으나, 이번 사건은 많은 부분에서 의문을 남긴다. LA경찰국은 닉을 부모 살해 혐의로 전날 체포해 구금했다고 15일(현지시간) 오전 언론에 밝히면서 범행 동기나 사건 경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라이너 감독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은 뒤 감독으로 전향해 많은 흥행작을 남겼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비롯해 ‘사랑에 눈뜰 때’(1985), ‘스탠 바이 미’(1986), ‘프린세스 브라이드’(1987), ‘미저리’(1990), ‘어 퓨 굿맨’(1992), ‘대통령의 연인’(1995),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등을 연출했다.
그는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 인사들을 위한 모금행사를 자주 열었으며, 할리우드에서 대표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인사로 꼽혀왔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그의 죽음을 알리며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그는 라이너 감독에 대해 “고통받고 애쓰던, 그러나 한때는 매우 재능있는 영화감독이자 코미디 스타였다”고 표현하면서 “그는 타인들에게 유발했던 분노 탓에 사망했다고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라이너 감독에 대해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 일명 ‘TDS’로 알려진 이성을 마비시키는 질병에 대한 그의 거대하고 고집스러우며 치료 불가능한 집착”이 분노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TDS는 트럼프 찬성 인사들이 반(反)트럼프 인사들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안에 발작적 수준으로 반응한다며 이를 비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위대함의 목표와 기대치를 모두 뛰어넘고 어쩌면 전례 없는 미국의 황금기가 도래함에 따라 그의 명백한 편집증은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https://1day1trump.stib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