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개 기업 경쟁 속 농촌 혁신 창업사례 잇따라
가공·관광·콘텐츠 결합한 농촌형 비즈니스 부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농촌의 유·무형 자원이 창업을 매개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로 변신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제조부터 농업 부산물 기반의 바이오 소재 개발, 빈집·폐교를 활용한 관광·교육 사업,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농촌 체험 상품까지 다양한 시도가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8일 ‘2025년 임팩트업(IMPACT-UP) 농촌혁신 창업 경진대회’를 통해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창업기업 11곳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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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케이션 공간에서 농촌체류에서 농촌창업까지 이어지는 비즈니스 스쿨 운영 사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이번 경진대회는 농촌 자원과 혁신 아이디어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지난 6월 말부터 두 달여간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232개 농촌 창업기업이 지원했으며 1차 서면·대면 심사를 거쳐 15개 기업이 선별된 뒤 최종 11곳이 선정됐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농촌에 이미 존재했지만 경제적 가치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자원을 사업 모델로 전환했다.
대상을 수상한 루츠랩은 배·양파·감귤 껍질 등 그동안 폐기되거나 사료로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농업 부산물을 원료로 삼아 미백·각질 제거·항산화 기능을 갖춘 바이오 소재를 개발했다. 지난해에만 농업 부산물 1165톤(t)을 수거했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 19억원을 달성했다. 단순한 환경 친화 활동을 넘어 부산물 수거 자체가 농가의 추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글로벌 유통사(IWASE)와의 유럽 독점 유통계약과 대기업 연구소와의 협업은 농촌 기반 기업도 글로벌 밸류체인에 편입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농업 부산물을 저부가가치 폐기물로 인식하던 기존 시각을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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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촌 지역 빈집 대상 인공지능(AI) 활용 리모델링 및 단기 주택 임대 및 체류형 관광 숙박 연계 지원 사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최우수상을 받은 블랭크는 농촌 빈집 문제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풀어냈다. 농어촌 지역에 방치된 빈집을 AI 기술로 분석해 리모델링하고, 이를 단기 임대와 체류형 관광 숙박으로 연계하는 모델이다. 지난해에만 매출 19억원을 기록했으며 관광객의 지역 소비를 통해 약 3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 비용만 발생하던 빈집이 지역 소비를 끌어내는 핵심 인프라로 전환된 셈이다.
블랭크는 다수 지자체와 협력해 빈집과 폐교 재생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농촌 공간 정책도 행정 주도 방식에서 민간 사업 모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최우수상 수상 기업인 설아래는 지역 특산물의 재해석에 주력했다. 한약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영주 도라지를 활용한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의성 흑마늘과 안동 홍생강 등 지역 장인이 생산한 가공식품의 판로를 함께 개척했다. 설아래는 지난해 매출 1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도라지와 한약재 약 15톤을 직·수매해 20억원 달성이 전망된다.
우수상 수상 기업 중 숲속언니들은 농촌의 식문화를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켰다. 빈집을 활용해 제철 식재료로 만든 ‘할매 밥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 문화와 식문화를 체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빈집 활용, 지역 농가 협업, 일자리 창출이라는 복합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팜앤디 협동조합은 워케이션 공간을 농촌 창업 교육으로 확장했다. 곡성군의 유휴 자산을 활용해 워케이션 빌리지를 조성하고, 체류 경험이 실제 창업과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비즈니스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6명의 정착을 이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업타운은 마을 주민과 함께 농촌 체류 콘텐츠를 제작해 이를 관광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누적 방문객 1만명을 달성했다. 농촌 관광이 외부 기획자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콘텐츠 중심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입선 기업들도 농촌 창업의 경계를 한층 넓혔다. 쌀과 농업인을 재해석한 공연 서비스는 문화 산업과 농업을 연결했고, AI 기반 농촌 투어·체험상품은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폐교를 활용한 문화 플랫폼은 교육·관광·연구 기능을 결합했으며, 캣닢과 굴 껍데기를 활용한 고양이 모래는 친환경 순환 모델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수상 기업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지자체와 연계한 사업화 지원(1억원 규모)과 판로·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후속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