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재편 마감 초읽기…정부 목표치(270만톤) 달성 보인다

산업부, 금주까지 감축안 제출 요구
롯데·HD현대 지난달 사업재편 계획안 제시
LG화학·GS칼텍스, JV 설립 후 LG화학 1공장 폐쇄 검토
울산 산단 내 3개사도 설비 최적화 방안 협의
여천NCC는 대주주간 이견으로 협상 난항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정부가 나프타크래킹센터(NCC) 설비 감축안 제출 데드라인을 연내로 못박은 가운데 국내 주요 석유화학(석화) 기업들이 설비 감축 및 폐쇄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합작법인(JV) 설립 후 연간 120만톤의 LG화학 여수 공장 1개를 폐쇄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가 유력한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110만톤)과 합했을 때 정부 목표치(270만~370만톤)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울산에서는 어떤 설비를 폐쇄할지 여전히 논의 중이고, 여천NCC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감축 방향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석화 기업들이 제출 시한에 맞춰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 기업들은 이르면 이번주까지 NCC 감축안을 제출하라는 산업통상부 요구에 맞춰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8월 기업들에 연내 270만~370만톤 규모의 NCC 감축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비교적 논의를 빨리 진행한 대산 산업단지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지난달 산업통상부에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요청했다. 양사가 제출한 계획안은 롯데케미칼이 충남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한 후, 해당 분할회사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사업 재편으로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이 폐쇄될 예정이다.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다른 석화 기업들도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여수 산단의 LG화학과 GS칼텍스는 최고 경영진들간 논의 끝에 큰 틀의 시설 재편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JV를 세운 후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제1공장(연 120만톤)의 설비 폐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여천NCC 제1사업장 야경. [여천NCC 제공]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S-OIL, 대한유화 등 3개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토대로 설비 재편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 어떤 NCC 설비를 폐쇄 및 감축하고, 향후 원료 공급을 어떻게 진행할지 협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연 66만톤 규모의 SK지오센트릭 NCC 설비 폐쇄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업계 관게자는 “울산 내 3개 회사는 지속해서 단지 내 설비 최적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산은 그동안 NCC 설비 감축 논의가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꼽혔다. S-OIL이 9조원 이상을 투자한 연간 180만톤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에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 영향으로 S-OIL은 한동안 설비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속해서 설비 감축을 요구한 끝에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주요 석화 기업들이 설비 재편안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대주주로 있는 여천NCC가 대표적이다. 여천NCC는 지난 12일 한화솔루션, DL케미칼과 장기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설비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와 채권단이 여천NCC의 사업 재편안 제출 조건으로 원료 공급 계약을 언급하면서다.

하지만 재편 방향을 놓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입장 차가 커지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DL케미칼은 15일 현재 가동 중단 중인 3공장이 아닌 1·2공장(각각 90만톤) 중 한 곳을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반대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는 1·2공장에 생산되는 원료들 대부분이 한화솔루션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 시한을 어길 시 지원이 어렵다고 엄포한 만큼 석화 기업들 모두 이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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