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 한국판 USTR로 힘실리나…李 대통령 “전문가 육성 조직 기획하라”

여한구 통상본부장 “美 USTR, 엄청난 협상력 발휘…인재 육성, 관심 가져달라”
이재명 대통령 “통상교섭, 아주 일상적…정말 중요한 일, 기획해보라”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지재처·중기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요청에 따라 통상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정부 조직을 기획하라고 지시하면서 통상교섭본부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같은 통상전문조직으로 육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 본부장은 17일 오전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인재 육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은 10년~20년 장기간이 걸리는 과제”라며 “앞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도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USTR 같은 경우는 사실 통상교섭본부(300여명)보다 더 작은 조직”이라며 “200여명밖에 안 되는데, 전문가 조직으로 굉장히 무장돼 있고 또 백악관에서 힘을 실어주다 보니 밖에 나가서 엄청난 협상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무관·서기관들도 국내에서 일을 하다가 국제기구에 나가서 일하고 들어와야 국제적인 인맥이 쌓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조직을 키워 나가자는 말”이라며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일리가 있는 말씀이므로 기획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이어 “통상 교섭이 FTA를 체결하거나 무역 분쟁이 발생했을 때만 하는 일이 아니고, 지금 아주 일상적으로 여러 국가와 교섭하고, 상황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에 의례적으로 가서 사진 찍고 끝낼 일이 아니고, 실제로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며 “필요하면 협약이든 뭐든지 체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담 조직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중기부·지재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사항을 발언하고 있다. [연합]


1962년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USTR은 통상 교섭을 비롯한 대내외 투자 등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최대 강점은 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입사 이후 줄곧 통상 관련 업무만 담당한다. 10~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 즐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이 어느 나라보다 통상 교섭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덕이 크다.

USTR을 이끄는 수장이 대통령 주재 각료회의의 장관급 고정 멤버라는 점도 조직의 위상을 말해준다. 아울러 장관급 기관장이 버티는 덕에 다른 정부기관과의 협업도 훨씬 수월하다. 실제로 USTR은 19개 관련 기관으로 이뤄진 무역정책심의그룹(TPRG)을 총괄·지휘한다.

반면, 우리 통상교섭본부 직원들의 전문성은 물론 정부 내 위상도 크게 떨어진다. 본부장이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직함이지만 내부에서는 차관급이다. 이로인해 부총리나 장관급 부처와의 원활한 공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결정적 약점은 순환보직 원칙으로 직원들의 이동이 잦다는 점이다. 현재 일반직의 경우 과장급 이상은 2년, 사무관은 3년 근무 후 타 부서로 옮기게 돼 있다. 그나마 전문직으로 들어와도 국장급은 2년씩 두 번에 걸쳐 4년, 과장급은 3년씩 6년까지밖에 통상 분야에서 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장차관까지 오르려면 통상이 아닌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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