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사칭’ 카카오 폭파 협박 또 나와…범인들 ‘양치기 소년’ 효과 노리나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파 협박이 있었다는 사측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이 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수색작업이 진행 중인 카카오 판교아지트. [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이재명 대통령을 사칭한 인물이 카카오 판교 아지트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며칠 간 카카오를 비롯, 삼성전자, 네이버, KT 등 주요 기업에 대한 폭파 협박이 이어진 가운데 범인을 특정하고 잡는데는 시일이 걸려 경찰의 ‘인내전’이 예상된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9시 51분께 카카오 CS센터(고객센터) 게시판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그는 폭발물이 월요일(22일)에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카오 측은 이튿날인 이날 오전 10시 14분께 뒤늦게 이 글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IP 추적 결과 해당 글은 이탈리아 IP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찰은 글쓴이가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허위 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찰특공대 등을 투입하는 건물 수색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지역경찰관과 기동순찰대 대원들을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카카오는 보안 요원을 증원했다. 경찰 권고에 따라 자체 방호 수준도 더욱 높였다.

연이은 ‘테러협박’ 왜 못잡나…경찰 ‘인내전’ 치러야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파 협박이 있었다는 사측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이 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수색작업이 진행 중인 카카오 판교아지트. [연합]


카카오를 비롯, 삼성전자, 네이버, KT, 현대그룹까지 각 기업에 대한 폭파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엔 카카오 CS센터(고객센터) 게시판에 “삼성전자 수원시 영통구 본사를 폭파하고, 이재용 회장을 사제 총기로 쏴 죽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며 카카오측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했다.

이번 협박 게시물을 작성한 글쓴이는 해당 글에 자신의 이름을 ○○○이라고 써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신상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엔 카카오 CS센터 게시판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와 제주 본사, 그리고 네이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동시다발적인 테러 협박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본인을 광주광역시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이라고 밝혔다.

15일과 17일에도 카카오에 대한 폭파 협박이 이어졌다.

지난 17일에는 KT 온라인 간편 가입신청란에 분당 KT 사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 중임에도 범인 특정과 검거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범인들이 기술적·제도적 허점을 치밀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범인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 사건들의 특징이다. 범인이 미리 확보한 타인의 개인정보로 계정을 생성하거나 게시글을 남기면, 경찰은 실제 범인이 아닌 명의자를 먼저 조사하게 돼 수사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범인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IP 주소를 조작하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한다.

여러 대기업들을 동시에 대상으로 삼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수사력이 분산되기도 한다.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특공대와 탐지견이 각 현장에 모두 출동해야 하는데 허위 신고라면 경찰력이 낭비된다. 결국 ‘양치기 소년’ 효과로 필요한 사건에 수사 인력이 대거 투입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범인을 ‘특정하는 데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이 관건인데, 해외 서버와 명의 도용이 결합된 경우라면 경찰은 일종의 ‘인내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2단계 저위험)해 거점 순찰 강화 및 자체 방호 강화 조치만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며 “최근 잇따른 사건마다 각기 다른 국적의 IP가 사용됐는데, VPN을 통한 범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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