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기무간·이하느리…세종문화회관, 스타파워 업고 콘텐츠로 승부

세종문화회관 2026 새 시즌 발표
예술계 MZ 아이콘 기무간·이하느리
안호상 “새로운 예술의 표준 만들 것”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가운데)과 7개 예술단체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공지능(AI)과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답입니다. 핵심은 한국의 예술가, 즉 창작자와 퍼포머입니다.”

명실상부 K-컬처 대(大)폭발기를 맞은 지금,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지이자 용광로 역할을 하는 세종문화회관이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비책을 다시 한번 내놨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세종문화회관이 ▷K-컬처 허브 ▷경험하는 극장 ▷시민이 만드는 극장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년을 준비했다고 공개했다.

세종문화회관은 2022년 ‘제작극장’ 체제로 대전환을 선언, 5년 차를 맞은 올해는 그간 예술단이 착실히 만들어온 정식 레퍼토리와 신작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내년에 산하 7개 예술단체(서울시극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발레단, 서울시무용단)의 23편을 포함해 기획과 공동주최까지 총 27개 작품, 226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중 ‘2026 세종시즌’의 신작은 총 10편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베르디 대작 오페라 ‘나부코’(4월 9~12일)를 40년 만에 선보이며 바빌로니아 왕국의 거대 서사를 밀도 높게 풀어낸다. 양준모와 서선영을 비롯한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무대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명장면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 재공연을 결정했다”며 “마치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기무간이 출연한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해 ‘일무’부터 ‘미메시스’까지 전석 전회차 매진 신화를 달성한 서울시무용단은 공연계가 주목하는 두 명의 차세대 스타와 함께 신작을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극찬한 작곡가 이하느리가 음악을 맡고, ‘스테이지 파이터’로 인기를 얻고 ‘미메시스’로 티켓 파워를 입증한 무용수 기무간이 조안무로 참여한 ‘무감서기’(9월 10~13일)를 마련했다. 한국 전통 굿 중 가장 찬란한 안무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굿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서울굿을 영화 같은 영상미와 음악을 결합해 한국 춤이 지닌 정서적 울림을 새롭게 확장할 계획”이라며 “전통이 지닌 장엄함과 생동감을 현대 안무로 승화시켜 관객에게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통음악계에 파란을 일으킨 소년 작곡가 이하느리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상주 작곡가로 내년에 신작을 선보인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꾸준히 선보인 ‘믹스드 오케스트라’(4월 16일)와 ‘리 프로젝트: 형식의 재발견’(5월 29일)을 통해서다.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뮤지컬단은 그간 쌓아온 탄탄한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린다.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부족’을 둘러싼 두 남녀의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 창작 뮤지컬 ‘더 트라이브’(6월 9~27일)를 중극장으로 옮겨 새단장하고, 현재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호평 세례가 이어지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12월 2~27일)로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립발레단 단원이자 안무가로 활동 중인 강효형과 거문고를 통해 장르를 초월한 음악을 선보이는 박다울이 협업한 ‘대나무 숲속에서’(In the Bamboo Forest)(5월 15~17일)를 선보인다. 한국적 색채의 발레를 탐구해 온 강효형은 대나무의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현대 발레 언어로 풀어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2026년에 가장 기대하는 ‘올해의 작품’ 중 하나”라며 “관객은 대나무 숲속을 거니는 듯한 정화와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발레단은 지난 17일 별세한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공연도 준비했다. 한스 판 마넨은 신생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험준한 발레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큰 힘을 준 거장이다. 당시 한스 판 마넨은 “지금 이 시점에 새로 생긴 발레단을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돕겠냐”며 발레단의 브랜드나 커리어도 없을 때부터 자신의 작품을 내줬다고 안 사장은 귀띔했다. 마넨이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하며 거장 안무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올릴 수 있게 됐다. 내년 11월 19∼22일까지 마넨의 ‘캄머발레’와 ‘5 탱코스’, ‘그로세 푸게’를 묶어서 선보이는 ‘트리플 빌 올 포 한스 판 마넨’을 공연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극단은 신임 단장 이준우와 함께 사회 구조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을 통해 오늘의 관객에게 질문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빅데이터 시대의 여론 조작과 정보 권력의 작동 방식을 포착한 ‘빅 마더’(3월 30일~4월 26일), 이준우 단장과 강훈구 작가가 손잡은 신작 ‘아.파.트.’(10월 24일~11월 14일)도 기다린다. 한국 사회에 내재한 욕망과 허위, 집단적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의 기획 공연도 흥미롭다. 영국 런던 햄스테드 극장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로이드 말콤의 심리 스릴러극 ‘말벌’(THE WASP)(3월 8일~4월 26일까지)이 국내 초연된다. 트라우마와 계급, 폭력의 기억이 현재를 잠식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또 2027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정명훈이 10월 4일 세종대극장에서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마지막 오케스트라 레퍼토리 공연을 펼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선다.

세종문화회관은 극장을 공연만 보고 돌아가는 곳으로 두지 않았다. ‘경험하는 극장’으로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기 위해 색다른 콘텐츠를 내년에도 내놓는다. 무대에 누워 음악을 듣는 ‘리스닝 스테이지’는 물론 ‘아트 굿즈 페스티벌’과 같은 놀이를 겸하는 콘텐츠를 통해 극장을 진화하는 공간으로 가꿔가겠다는 생각이다.

안호상 사장은 “전 세계가 서울 시민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궁금해할 정도로 서울이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다가가고 있다”며 “세종문화회관이 새로운 예술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2026년 프로그램에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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