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 증거금 인상·관세 변수까지
ETF 통한 투자도 상품 구조 이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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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금은방에 실버바가 진열돼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올해 은값이 금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은 현물 가격이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다시 한 번 ‘악마의 금속’이라는 별명이 소환됐다.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시장 구조와 위험 요인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이 금보다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분류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29일 기준 은의 시가총액은 금 시가총액의 약 13%다. 시장이 얇은 만큼 비교적 적은 자금 이동에도 가격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는 셈이다.
가격 형성의 중심이 선물시장에 있다는 점도 변동성을 키운다. 선물시장 내 레버리지 거래 비중이 높아 증거금 조정이나 포지션 청산이 단기 가격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금·은 비율을 통해 은 가격의 변동성 리스크를 점검할 수 있다. 금·은 비율은 금 가격을 은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은이 금 대비 얼마나 과열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이 비율이 빠르게 낮아질수록 은 가격에 투기적 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됐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2011년 9월 금과 은 가격이 모두 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금 1온스로 살 수 있는 은의 양은 32온스 미만까지 떨어졌다. 은 가격이 금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며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이후 약세장이 전개되자 금·은 비율은 금 1온스당 은 124온스까지 치솟았다. 은값은 금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금보다 더 크게 오르고, 하락 국면에서는 조정 폭 역시 금보다 확대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조치 역시 은 가격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은 가격이 급등할 경우 거래소가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선물 증거금을 인상하면, 레버리지 포지션 축소와 강제 청산이 잇따르며 가격 흐름이 급변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이번 급락 국면에서도 거래소의 마진 증거금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요일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CME Group)이 은 선물 계약의 증거금을 대폭 인상한 점이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던 투기 세력들이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까지 겹쳐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CME 그룹은 지난 26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 계약의 마진 증거금을 기존 2만2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29일 장 마감 후 발효됐다. CME 그룹은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사로, COMEX를 통해 은과 금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선물 거래를 관할한다.
최근 들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은 가격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은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실제로 지난달 7일 미국 행정부가 은을 핵심 광물에 포함시키자 관세 부과 우려가 재점화됐고 은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재고 집중이 해소될 경우(관세 부과가 없을 경우) 급락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관세 리스크를 선반영한 재고 축적이 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어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은 투자 수단으로 국내외 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29일까지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ETF를 8198만달러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 ETF인 ‘KODEX 은선물(H)’ ETF엔 2001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두 상품의 투자 구조는 다르다.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는 실물 은을 실제로 보유하는 ETF로,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경우 운용 과정에서 실물 은 매입으로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장기 보유 성향의 자금이 많고 은 가격의 구조적 상승 기대를 반영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KODEX 은선물(H)는 은 현물이 아닌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다. 선물 포지션을 통해 가격 변동에 노출되는 구조로 단기 변동성에 민감하다.
현물·선물 ETF 외에도 은 관련 주식형 상품을 통한 투자도 가능하다. 글로벌 은·금속 채굴 기업 전반에 분산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은&금속 채굴기업’ ETF가 대표적이다. 중소형 은 채굴 업체에 투자하는 ‘앰플리파이 주니어 은 채굴 기업’ ETF도 있다. 다만 이들 상품은 가격 변동뿐 아니라 채굴 기업의 실적과 자원 개발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만큼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투자자들은 은 상장지수증권(ETN)도 활용할 수 있다. ETN은 발행 증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은 가격을 추종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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