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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13개주의 ‘반란’이 세계 최강대국을 바꿔놓은지 250년이 됐다. 2026년 건국 250주년을 맞은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른바 ‘트럼피즘’에 힘을 실으며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기조에서 한 발 더 멀어질지, 잠시 숨을 고르며 건국정신을 되살릴지 기로에 섰다.
▶급성장 신흥 연방국, 패권 장악=1776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선언을 할 때만 해도, 미국은 13개 주(州)가 모인 신흥 연방국이었다. 주 하나씩만 보자면 언제든 영국이 함락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약체였다. 연방제는 생존권을 위한 필수 선택지였다. 현재의 미국을 만든 중요한 계기는 전쟁이었다. 전쟁으로 독립도 얻어냈고, 멕시코 전쟁(1846~1848년), 미서전쟁(1989년)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 내부의 상잔이지만, 남북전쟁(1861~1865년)은 연방제의 기틀을 다지고 산업화에 박차를 가한 계기가 됐다.
영국으로부터 세계 최강대국, 세계 경찰국가 지위를 넘겨받게 된 계기도 전쟁이었다. 1차 세계대전(1917~1918년)에 연합군으로 참전하면서 국제 정치의 핵심 플레이어로 발돋움했고, 전후에 유럽의 채권국이 되면서 금융 분야에서 영향력도 커졌다. 2차 세계대전(1941~1945년)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굳힌 기점이었다.
미국은 패권 장악 과정에서 다자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이 구조를 이끌며 선도국으로의 입지를 다져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국제연합(UN), 마셜플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에 앞장섰고, 경제·안보 규칙을 주도했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가진 패권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사례는 ‘규칙을 만드는 힘’이었다.
냉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에도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기치를 나라 간 경계 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무역을 주창하는 것으로 입증했다. 그 과정에서 브레튼우즈 체제(달러 중심 금융질서)로 강화한 달러 패권은 자연스레 공고해졌다.
▶트럼프 집권 1·2기…美 가치 외면=정권의 교체를 반복하면서도 자유무역, 다자주의, 세계질서 유지 등에 집중했던 미국의 정책은 큰 변화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2016년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모든 것들을 단숨에 바꿔버렸다. 한 번의 당선과 연임 실패, 재임 도전 후 성공 등으로 이어진 그의 임기 중 미국은 자유무역을 사실상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수지 적자를 해결할 방안으로 ‘관세 장벽’을 세우면서 기존에 동맹국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도 의미없어졌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 간 갈등은 결국 관세로 통했다. 중국처럼 과잉생산과 빠른 기술 추격으로 미국 경제에 위협을 주는 나라에도 관세. 브라질처럼 정권의 성향(진보)이 트럼프 대통령과 맞지 않는 나라에도 관세. 그 과정에서 국가 간 교역은 보호무역주의로 굳어졌다.
민주주의 체제의 기반인 삼권(입법·사법·행정) 분립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관세 부과만 해도 입법기관인 의회의 권한인 것을,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패싱’을 하고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통해 추진했다. 대통령이 관세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사법기관을 대놓고 압박하는 것이 일도 아닌 지경이 됐다.
미국이 여러 동맹들을 움직여 만든 다자주의 체제도 트럼프 행정부는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정 등 여러 국제기구를 탈퇴했다. 다자외교로 국제 질서를 조율하는 대신, 필요할 때 ‘힘’으로 해결하겠다는게 트럼피즘의 태도다. 그 해결 방식은 대개 관세로 시작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다보니 경찰국가로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중재에 나선 분쟁들은 대부분 평화협정 체결이나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미국의 의도가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은 그나마 종전안 1차 내용을 이행하는 중이지만, 러우전쟁은 4년간 이어지면서 아직 종전안 체결도 못했다.
그 배경에는 함께 NATO를 구성하며 우크라이나를 뒷받침하는 유럽과 손발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은 유럽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는 일을 반복하면서 유럽을 배격하다시피 하고 있다. 미국은 오랜 동맹 관계인 유럽에 간섭하지 말라 요구하는, 1823년에 내세웠던 ‘먼로주의’의 길로 회귀했다.
▶중간선거·‘역대급’아메리카 250 눈길=광풍처럼 미국을 휩쓸고 있는 트럼피즘은 올해 다시 한 번 심판대에 오른다.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상·하원의원 선거 등 중간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트럼피즘에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낼지, 노선 수정을 요구할지가 드러난다.
트럼피즘이 전방위로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지만, 중간선거의 핵심 의제는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앨런 라인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수준이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 전했다.
냉혹한 심판대와는 별개로, 미국은 건국 250주년이란 기념비를 자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의회는 미국 250주년 위원회를 만들어 비영리단체와 함께 ‘아메리카250’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았고, 전·현직 의원 350명이 동참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미 전역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국 초기 미국의 모습을 담은 현장학습이 진행된다. 사우스다코다주는 250km 걷기를 진행하는 등 미 전역에서 56개 이상의 대표 행사를 준비중이다.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생일파티”를 강조하며 전국 순회 주(州) 박람회, 각 주와 지역을 대표하는 고교 선수들의 스포츠 대항전, 대형 퍼레이드와 기도 집회, 심지어 백악관에서의 UFC(격투기) 경기까지 기획중이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올해를 축하와 성찰의 해로 선정, 다양한 특별전과 전국에서 진행하는 파생 행사를 예고했다.
독립기념일이 있는 여름에는 현재 보수 공사중인 스미스소니언 캐슬(방문자센터)를 임시로 재개관 할 예정이다. 독립선언을 했던 필라델피아는 올해 시 차원에서 ‘아메리카 250’ 특별 행사를 준비중이다. 독립선언과 관련된 곳들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이나 특별 전시, 공연 등도 미국의 250번째 생일을 채워줄 예정이다.
즐거운 축제가 끝나면 무거운 숙제가 남는다. 독립기념일마다 쏘아올리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꺼지고 난 후에, 유권자들이 내놓는 결정이 향후 250년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 지 지켜볼 일이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