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마약 단속 ②러·이란 등 공작원 추방 ③적대국에 석유 판매 중단
유인책으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의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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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군에 의해 체포된 이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가 지난해 3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이후 임시대통령으로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즈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 2차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어떠한 요구안을 내밀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에게 최소 세 가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마약 단속 ▷이란·쿠바 공작원 추방 ▷반미 국가에 석유 판매 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부장관은 지난 4일 미 ABC 방송에 “(미국이) 조건을 설정해 서반구에 이란과 헤즈볼라 등 전 세계의 적대 세력 다수가 교차로처럼 드나드는 베네수엘라가 더는 존재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더는 마약 갱단을 보내오지 못하게, 더는 마약 선박을 보내오지 못하게, 더는 마약 밀매의 낙원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로드리게스가 받아들일 요구안은 루비오 장관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일 것이며, 이에 따라 강도 높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무엇보다 소식통들은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제재 완화가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는 카타르 도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동결된 금융 자산을 해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시절 미국의 베네수엘라 특별대표를 지냈던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우리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에게 엄청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며 “동결된 자금을 해지시킬 가능성만으로도 그녀를 다루는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부통령으로서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하면서 경제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미국으로선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미국 석유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내 천연자원 채굴 확대와 관련한 일부 요구는, 부통령 시절 관련 계약 협상에 관여했던 로드리게스가 비교적 쉽게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뉴스(FT)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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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국회에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다만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자국 정부 내에서 통제력을 공고히 하려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감당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 상황을 우려했다. 베네수엘라 내부 세력들에 대한 견제가 어려운 동시에 우방국들을 하루아침에 단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맞닥뜨린 난제로는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 등 친(親)마두로 세력이 있다.
로페스 국방장관과 카베요 내무장관은 베네수엘라에서 ‘하드파워(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상대의 행동을 바꾸거나 저지하는 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카베요 내무장관의 경우 ‘콜렉티보스(colectivos)’로 불리는 오토바이를 탄 무장민병대를 지휘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전면적으로 응하면 베네수엘라 군과 민병대로부터 배신자로 몰려 축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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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왼쪽),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 장관. [AFP] |
이란과 쿠바, 러시아 등 오랜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 역시 어려움이 따른다. 러시아는 지난 20년간 베네수엘라에 주요한 무기 공급원이었으며, 이란은 마두로 정권의 정유 시설 재건을 지원해왔다고 FT는 전했다. 콜롬비아의 마르크스주의 반군 민족해방군(ELN)은 베네수엘라 내부에 기지를 두고 코카인 밀수에 관여하고 있다.
FT는 “러시아·중국·이란 같은 오랜 동맹들과의 관계 단절, ELN의 베네수엘라 추방 등 요구는 제재로 얽매인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불법 활동으로 이익을 얻어온 군부들과 정면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와 접촉해온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료는 “군부 세력이 카베요 내무장관에게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 의사를 표명하고 다른 인물을 지지한다면 로드리게스은 제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