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달러·엔 ‘외화쇼핑’

달러예금잔액 당국개입 전보다 6% 이상↑
달러 강세에 억눌린 외화 수요 재유입
엔화예금 잔액도 25개월 만에 최대폭

 

 

새해 들어 개인과 기업이 5대 은행에 쌓아둔 달러 예금 잔액이 지난 연말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이전과 비교해 6%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정부의 여러 조치와 개입에 원/달러 환율이 진정되자 이 시기를 이용해 달러를 상대적으로 싸게 사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뛰어드는 투자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6일 기준 674억7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세제 혜택 발표 등이 나왔던 작년 12월 24일 직전일(634억1400만달러)과 비교해 단 8거래일 만에 6.4%(40억5900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환율 종가가 다시 1440원을 돌파한 2일 예금 잔액(693억달러)은 700억달러 돌파도 넘봤다.

환율 급락 이후 저가 매수 인식이 확산되며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작년 말 외환당국이 세제 정책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까지 동원하자 환율은 한때 148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50원 넘게 급락했다. 이후 새해 들어 환율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장중 고점은 2일(1444원)·5일(1449.5원)·7일(1449.9원) 순으로 상단을 높이면서 145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조정 폭이 달러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6일 기준)는 지난해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직전일(작년 12월 23일)과 비교해 2.34%나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를 살펴보면 스위스 프랑(-0.98%)과 유럽연합 유로(-0.87%)·캐나다 달러(-0.85%) 등은 일제히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원화와 동조화를 보이는 일본 엔화(-0.22%) 역시 절하됐다. 2주간 원화 가치 상승 폭이 유독 컸던 것은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엔화를 구입하려는 엔테크 수요도 몰리고 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조2260억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1조1310억엔)과 비교해 한 달 만에 8.4%(950억엔) 늘었다. 이는 2023년 11월(14.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작년 12월 중순만 해도 원/엔 환율이 950원을 웃돌았지만 같은 달 30일 91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작은 환율 변동에도 환전 수요가 몰리는 일이 벌어진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1위인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의 엔화 환전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작년 12월 24일)이 단행된 이후 원화 가치가 대폭 오르자 작년 12월 26일 원/엔 환율은 950원에서 930원대로 내렸다. 이날 하루 엔화 환전 금액은 평시 대비 3배 넘게 급등했다. 920원대로 진입한 그 다음 날(작년 12월 29일) 환전 금액 역시 2배 뛰었다.

전문가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 진입을 시도하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강세에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해외주식투자 환전 수요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가 맞물리면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규모만 10억달러(9억7279만달러)에 이른다.

이와 관련, 민경원·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강달러 부담과 달러 실수요 저가매수세가 맞물리며 1450원선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최근 미국 서비스업 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서 상반기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달러 강세를 견제할 유로화 등 기타 통화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외환시장은 강달러 흐름의 영향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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