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연계’ 러 유조선 나포…북대서양서 미·러 긴장 고조

미군 “북대서양서 ‘압수 영장’ 집행해 나포”
러 “무력사용 권한 없어…해적행위” 반발
美 백악관은 “무국적 선박” 맞대응

미 해안경비대가 추적하기 시작하자, 카리브해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유조선 ‘마리네라’ [로이터=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북대서양 공해상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나포하면서 미·러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불법적인 ‘해적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한 반면, 미국은 해당 선박을 무국적 ‘그림자 선단’으로 규정하며 정당한 제재 집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 유럽사령부(EUCOM)는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가 국방부와 협력해 제재 위반 선박 벨라1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아이슬란드와 영국 사이 북대서양 해역에서 미 연방법원이 발부한 압수 영장에 따라 미 해안경비대 먼로함에 의해 나포됐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21일 승선을 거부하며 도주한 벨라1호를 2주 넘게 추적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군 특수작전용 U-28A 항공기와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 KC-135 공중급유기 등이 동원된 사실도 항공 추적 사이트를 통해 포착됐다. 영국 국방부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사전에 계획된 작전 지원을 제공했다고 확인했다.

벨라1호는 이란에서 출항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선적하려던 중 단속에 걸린 뒤, 선체에 러시아 국기를 그려 넣고 선박 명칭을 ‘마리네라호’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 선박이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원유를 불법 운송해 온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이라고 보고 있다. 그림자 선단은 유령 선단, 암흑 선단으로도 불리며 국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과 선적 정보를 수시로 바꾸는 방식으로 활동해 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재 대상 원유를 수송한 베네수엘라 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이라며 “현 행정부는 제재 정책을 철저히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무원들에 대해서도 “연방법 위반으로 기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미국으로 이송해 재판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공해상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며, 어떤 국가도 타국 선박에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러시아 국적 승무원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조속히 귀환시키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이번 나포를 “21세기형 해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해당 선박이 허위 국기를 게양해 무국적 선박으로 간주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 국적 선박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레빗 대변인은 “러시아 선박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은 별도로 카리브해에서도 제재 대상 무국적 그림자 선단 유조선 1척을 추가로 나포했다.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새벽 국토안보부와 협력해 ‘암흑 함대’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 선박이 카메룬 국기를 게양한 ‘소피아호’라고 전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거래 차단을 위해 공해상 나포 작전을 본격화하면서, 제재 집행을 둘러싼 미·러 간 외교·군사적 신경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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