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 공간전사체 기술 선점 ‘초격차’
바야흐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질병이 발생한 뒤 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치료하는 ‘사후 대응’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개인의 방대한 생체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발병 가능성을 미리 수치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측의료(Predictive Medicine)’의 시대가 열렸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생명 정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기술과 이를 해석하는 AI가 있다. 단순한 유전자 검사를 넘어 내 몸속 세포 지도를 정밀하게 그려내는 이 기술들이 결합하며, 인류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방패’가 아닌 ‘레이더’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과거의 정밀의료가 타고난 유전체(Genome) 정보를 분석해 ‘설계도’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정밀의료는 ‘멀티오믹스’ 단계로 진화했다. 멀티오믹스란 유전체뿐만 아니라 전사체(RNA), 단백체, 단일세포, 공간전사체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설계도뿐만 아니라 실제 세포 안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활동하고,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암이나 희귀질환 치료 분야에서 멀티오믹스의 잠재력은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기술을 활용하면 암 조직 내 종양 세포의 위치별 유전자 발현 차이는 물론, 면역세포가 어떻게 침투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환자마다 제각각인 항암제 반응성을 미리 예측하고, 가장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멀티오믹스 시장 규모는 2025년 28억달러에서 2030년 116억달러(약 16조원)로, 연평균 15%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글로벌 의료 트렌드 속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마크로젠’(사진)이다. 1997년 설립 이후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온 마크로젠은 일찌감치 AI와 멀티오믹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마크로젠은 지난 2021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간전사체 분석 서비스를 도입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특히 마크로젠은 방대한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통합 해석하기 위해 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등 서로 다른 층위의 데이터를 결합해 질병의 분자 패턴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AI 모델은 향후 신약 개발과 환자 맞춤형 치료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기술적 투자는 실적 개선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마크로젠은 싱글셀(Single Cell), 공간전사체 등 고부가가치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의 성장에 힘입어 수익성 회복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AI 기술이 결합된 멀티오믹스 분석은 질병의 분자 기전을 명확히 규명해 임상 의사결정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축적된 기술력과 데이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예측의료’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