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도서·출판계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들과 국내 대표 작가들이 새로운 문학 작품을 선보이며 어느 때보다 서점가가 풍요로워질 전망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 인공지능(AI) 등 급변하는 사회와 미래상을 담은 작품들이 다수 찾아올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 인간의 불안을 반영하듯 다양한 인문·교양 서적들도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고전을 비롯해 동시대 석학들의 통찰력이 독자들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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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줄리언 반스…세계적 작가들의 신간 봇물
9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간 예정작 중에는 노벨문학상, 부커상 수상자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진해 있다.
먼저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사진)는 올 하반기 신작 ‘바임 호텔’(문학동네)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바임 호텔에 방을 얻은 한 손님과 호텔 주인 브리타의 기묘한 관계를 다룬 이야기다. 문학동네는 “삶과 죽음의 영원 회귀에 관한 욘 포세식 공허의 미학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쓴 공상과학소설(SF) ‘엠푸사: 자연주의 테라피 공포물’(민음사)을 12월에 내놓는다. ‘야쿱의 서’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소설이다. 공포물과 동화 사이,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신비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는 조만간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북스)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20개국에서 동시 출간한다. 반스의 80세 생일에 맞춰 출간되는 이번 작품은 살아 있는 영문학의 제왕으로 불리는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소설’로 시선을 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가 상반기에 선보이는 ‘슬픔의 물리학’(문학동네)은 타인의 기억에 침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화자 게오르기가 자신과 가족, 고향 사람들의 기억을 토대로 수많은 조각글을 모아 세상의 종말 이후에도 과거를 보존하기 위한 ‘노아의 책’을 만드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자 예니 에르펜베크는 내달 ‘가다 갔다 가버렸다’(한길사)를 출간한다. 평생 안정된 세계 안에서 살아온, 은퇴한 교수 리하르트는 광장에서 단식 중인 난민들을 목격한 뒤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난민 문제를 배경으로 유럽 사회가 외면해 온 질문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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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경 작가 |
은희경·천명관 등 국내 작가들도 귀환
국내에서도 은희경, 천명관 등 쟁쟁한 작가들이 출격한다. 상반기에는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석권한 은희경이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장편소설(제목 미정, 문학동네)로 돌아온다. 성격도 외양도 딴판인 60대 자매 안나·경선의 이야기다.
익명의 삶으로 잊혀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여기는 안나, 노인으로만 수렴되는 정체성을 부당하게 여기는 경선의 대비를 통해 노년의 삶과 몸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우리가 여전히 살아내야 할 미래의 첫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천명관은 무려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창비)로 독자들을 찾아온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소년이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작가 특유의 흡인력있는 문체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안녕이라 그랬어’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를 차지한 김애란은 ‘잊기 좋은 이름’ 이후 7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문학동네)을 펴낸다. 챗GPT, 돌봄 문제 등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예민한 통찰로 들여다본다.
이 밖에도 정세랑, 편혜영, 조경란, 백온유, 문지혁 등 유명 작가들의 신간이 올해 줄줄이 출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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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서 줄대기…미래 예측서도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시야를 넓혀 줄 인문·교양 도서들도 독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고전부터 근현대까지 철학 서적들이 잇따라 출간된다. ‘니체 수업’(가제, 창비)은 니체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니체 철학 전공자 진은영 시인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안내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면 개정판(한길사)도 20년 만에 나온다. 계엄 이후 아렌트의 사유가 재조명된 가운데, 그의 문제의식을 더욱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창비 한국사상선’은 올해 2차분 10권과 3차분 10권이 나오며 완간될 예정이다. 김구, 여운형, 한용운, 나혜석, 신채호, 염상섭, 정약용, 함석헌, 유영모, 신동엽, 김수영, 임화, 김대중 등 한국 사상의 거목들에게서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한길사에서 2018년부터 출간된 ‘칸트 전집’도 완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서한집’, ‘윤리학 강의’를 비롯해 ‘판단력비판’, ‘순수이성비판’을 출간하며 전 15권을 마무리한다.
동시대의 고민을 담은 책으로는 ‘인간의 바탕과 가능성’(가제, 김영사)이 눈에 띈다. 물리학자 김상욱과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시선으로 생명에서 인공지능까지 인간 존재의 다층을 파고든다.
미국 의학계의 미래학자 에릭 토폴은 ‘슈퍼 에이저스’(다산북스)에서 더 건강한 노후를 만드는, 증거 기반 건강 혁명 가이드를 제시할 예정이다.
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