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역 참사 25년, 리프트는 여전히 남았다 [세상&]

25년 전 오이도역, 달라지지 않은 이동의 현실
“1역사 1동선 완료” vs “리프트 아직 남아”
전장연 “이동하다 죽지 않는 사회 돼야”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5주기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5주기를 맞았지만,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1년 1월 22일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는 한국 사회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의 이동은 여전히 제약 속에 놓여 있다고 당사자들은 말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22일 오이도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이도역 참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며 “장애인의 이동권은 아직 완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장연에 따르면 오이도역 사고 이후에도 전국에서 총 15건의 유사한 리프트 사고가 발생했으며, 가장 최근 사망 사고는 2017년 서울 신길역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 관할 지하철 1~8호선에 남아 있는 휠체어 리프트는 약 7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하철 7호선에만 29개가 남아 있어 호선별로 가장 많았고, 환승 통로 구간에도 70개 중 13개가 집중돼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18년간 1751억원을 투입해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338개 모든 역사에 ‘1역사 1동선’을 확보했다”며 “승강기 설치와 더불어 휠체어 리프트 철거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0개에 달하던 휠체어 리프트는 이달 기준 53개로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상부터 승강장까지 승강기만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1역사 1동선의 핵심”이라며 “서울교통공사 관리 구간은 대부분 완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환승 구간과 코레일 관리 구간이 섞인 역사에서는 여전히 리프트가 남아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서울시 측은 “환승 통로 중에는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 관리 구간이 혼재돼 있어 일부 구간에서는 리프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남아 있다”며 “해당 구간 역시 단계적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그러나 “리프트가 하나라도 남아 있는 한 1역사 1동선 완성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전장연 관계자는 “리프트는 관리로 해결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위험한 장치”라며 “장애인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한 방식으로 분리시키는 장치”라고 했다.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이규식 상임대표의 모습. 정주원 기자


최근 발생한 현장 갈등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 21일 서울 혜화역 출근길 선전전 과정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마이크를 두고 충돌하다 휠체어에서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 후유증으로 박 대표는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장연 측은 “당사자가 넘어졌음에도 경찰과 교통공사는 오히려 선전전 참여자 책임으로 돌렸다”며 “장애인의 안전보다 질서 관리만 우선시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이날 서울시의 ‘1역사 1동선’ 정책 역시 여전히 미완의 약속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서울시는 2004년·2015년·2022년 세 차례나 전 역사 1동선을 약속했지만, 환승구간과 일부 역사에는 여전히 리프트가 남아 있다”며 “우리는 아직도 살인기계 리프트 앞에서 멈춰 서 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4%에 가깝다”며 재정 여건을 이유로 추가 설치에 신중한 입장을 밝힌 점을 언급하며 “예산 논리가 권리 보장을 지연시키는 명분으로 작동해 왔다”고 비판했다.

오이도역 참사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전장연의 판단이다. 이규식 전장연 상임대표는 “장애인은 20년 넘게 재원 사정을 기다리다 이동 중 목숨을 잃어 왔다”며 “서울시는 반복된 리프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리프트 전량 폐기와 엘리베이터 대체 동선 확보·미완료 구간의 구체적인 완공 일정 공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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